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디오게네스의 일갈(一喝)을 아시는가.

心田農夫 2012. 4. 7. 14:57

 

 

跂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公

기자불립 과자불행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基在道也 曰餘食贅行 物惑惡之 故有道者不處

기재도야 왈여식췌행 물혹오지 고유도자불처

 

 

발돋움하는 자는 서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자는 가지 못하고, 스스로 나타내는 자는 뚜렷하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자는 나타나지 못하고, 자기 공을 자랑하는 자는 공이 무너지고, 자만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도에 있어서 찬밥이요, 무용의 행동이다. 누구나가 항상 이를 미워한다. 그러므로 유도자(有道者)는 거기에 몸담지 않는다.

                               노자의 『도덕경』중에서

 

 

조용하기만 하던 거리가 오통 확성기 소리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차에다 팔 물건실고 다니면서 확성기를 통해 “〇〇사세요.”라는 소리는 귀에 거슬려도 살기위해 하는 행위요 한 가족의 생사가 걸린 일이니 같은 서민으로 불편하더라도 얼마든지 참고 들어 줄 수가 있는데,

 

선거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자동차를 개조하여 확성기를 달고 돼먹지 않은 소리에, 심혈을 기우려 작사 작곡한 남의 음악을 주인의 허락을 받고 개작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들 멋대로 고쳐서는 시민들을 귀머거리로 알고 있는지 음은 최대한으로 증폭해 틀고 다니는데, 정말이지 참기 힘들다 .

 

어디 그것뿐이랴, 세상 어떻게 돌아가나 소식이라도 접하려고 라디오, 텔레비전을 듣고 볼라치면 마치 유치원생들이나 할, 아니 요즈음 유치원생도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할 말 안 할 말 해대면서 상대의 인격은 아랑곳없다는 듯 인신공격에 폭로에 폭로로 이어지는 유치한 말짓거리로 설왕설래(說往說來) 말싸움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시궁창에서 뒤엉켜 싸움질하는 잡배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여물도록 인내하자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내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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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의 말이 소음으로 전락한 것은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소음과 다름없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말을 안해서 후회되는 일보다 말을 해 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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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비난하는 버릇을 버려야 우리 안에서 사랑의 능력이 자란다. 이 사랑의 능력을 통해 생병과 행복의 싹이 움트게 된다.

                  법정스님의『산에는 꽃이 피네』중에서

 

 

어느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왜들 저토록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정치평론가 말이 국회의원이 되면 여러 가지 주어지는 해택과 수많은 특권이 주어진다며, 그러니 저렇게 난리들 아니겠냐고 한다. 말한다.

 

그 정치평론가 조목조목 들어 해택에 대해이야기하고 특혜의 종류의 가짓수도 숫자로 알려준다. 소리 들으니 대단한 혜택이요, 굉장한 특권인 권력의 맛, 그 권력의 맛을 영원히 누릴 수가 있더란 말인가 길어야 고작 몇 년이 아니던가.

 

그이야기를 들으면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멋진 이야기가 떠오는 것은 왜일까. 디오게네스는 권력의 유한함, 즉 세월의 흐름을 알지 않았을까? 이 세상에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렉산드로스가 디오게네스 앞에 서서 “나는 대왕인 알렉산드로스다”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나는 개(犬)인 디오게네스다”라고 했다. 알렉산드로스가 왜 개로 불리느냐고 묻자 “무엇을 주는 사람들에게는 꼬리를 흔들고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짖어대고, 나쁜 자들은 물어뜯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고 알렉산드로스가 “무엇이건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하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라”라고 대답했다.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텔레스』중에서

 

 

“무엇이건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말을 디오게네스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들었다면 감지덕지(感之德之)하여 코를 땅바닥에 닫을 정도로 넙죽 엎드려 감개무량(感慨無量)했을 것이다.

 

이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 흐르고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떠한 권력도 어떠한 명예도 아무리 많은 재물도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권력도 명예도, 재물도 살아가면서 필요하기도 하고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명예나, 권력이나, 재물이나 정당하게 얻는다면 그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남을 물어뜯고 짖어대야 얻는 다면 그런 짓은 견공들이나 하는 짓이 아니던가. 요즈음 보면 견공들의 싸움을 보는 듯하다. 법정스님은 말씀하신다.

“우리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산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가 아는 일이다”

 

토요일 출근하여 커피 한 잔 조용히 하려는데 하도 밖에서 짖어대는 것을 듣고 있자니 치밀어 오르는 심정 같아서는 문 열고 한마디 하고 싶으나 저도 대한민국 선거법에 있으니 하는 것이리라.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생각나 이렇게 소리 없이 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