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야생화 아닌 야생화

心田農夫 2012. 4. 25. 15:39

 

 

 

 

 

 

그들의 이름은

 

                                    碧  石

 

문화예술회관 로비

하나 둘 탁자들 줄서더니

하얀 백지로 몸단장 바쁘다

 

단장 마친 탁자들

순백의 공간을

한 점 한 그루

화초들에 자리 내 준다

 

저마다

한자리 자리한

그들의 이름은 야생화

 

망향동산에

줄지어 자리한

실향민인양

고향산천 그리는

안쓰러운 풍경일세.

 

야생이란

이름 잃었음일까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자연스런 야생 미는

옛날 옛적의 일

 

손길의 조화만 돋보이니

야생화 아니 야생화일세

 

 

 

 

 

 

 

 

 

 

 

 

 

 

 

 

어제는 한낮의 기온이 여름인가 하였더니, 오늘은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 때문인지 기온은 내려가 사무실에 앉아 있자니 설렁하기에 옷장에 가디간 꺼내어 걸치면서 창 너머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지난 토요일이 새삼 생각이 난다.

 

여름의 장맛비처럼 내리던 지난 토요일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제3회 야생화 전시회가 있었다. 마침 일이 있어 들렸다. 탁자 위 하얀 백지를 깔고 주인들 지극 정성들여 키운 가지가지 야생화들이 저마다 멋스런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잘 길러진 야생화를 발걸음을 옮기면서 한 점 한 점 보노라니 내 옆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보던 사람들이 “야 정말 멋지구나.” “야 꽃 좀 봐 너무 예쁘지 않니“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들리는 말처럼 하나하나의 작품들마다 아름답고 그 운치가 정말로 멋스럽기는 하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야생화(野生花)’란, 산이나 들에 저절로 피는 꽃을 이름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나의 눈앞에 있는 것은 도시 한복판에 그것도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키운 것이 아닌가. 이것도 야생화라 불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전시장을 나왔다.

 

들어오는 입구에는 죽장 사과를 시식하는 코너와 전통차를 한잔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더니, 관람을 하고 나오는 끝자락에 작은 화분에 담긴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관람객들에 한사람에 하나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잘 길러야 됩니다.” 하는 말에 “예, 고맙습니다. 잘 기르겠습니다.”하는 인사를 하고 작은 분의 야생화를 얻어 들고 나와 집에 돌아와 조금 큰 분에 옮겨 심었다. 나는 야생화를 길러 보지 않았다. 처음으로 야생화라 불리는 화초를 야생이 아니 집에 가두게 되었다.

 

 

 

 

 

 

 

 

 

 

 

 

 

 

 

 

 

 

 

 

 

 

 

싸리꽃

 

                       윤 명 학

 

뒷산 산길 넘어 칠 밭은

온통 싸리밭

산으로 어우러지기 위해

얼마나 세월이 흘렀겠는가

 

뙤약볕 여름 햇살에

칠 밭을 홍자색으로 물들이고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은

꽃잎에 집 나갔던 나비며 별들이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네

 

이슬이 소중히 키워왔던 꽃잎을

가슴 한쪽 비워둔 품안으로 돌이니

몸 굽혀 절하듯 가엾은 사람아

피곤한 몸짓으로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칡에 엮여 바소쿠리도 만들과

삼태기도 만든다

 

난 애잔한 저 씨리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