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사랑담긴 온화한 그 음성이 그립다.

心田農夫 2012. 5. 9. 11:23

 

어버이날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아버지 생전에는 일찍 퇴근을 하여 외식을 했었는데, 오늘은 일찍 퇴근 할 일이 없다. 혼자 저녁을 먹고 FM 방송을 들으며 책을 본다.

 

눈으로 책을 보면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진행자인 아나운서가 한 이야기를 전하기에 책을 덮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50줄에 들어선 아들과 80대이신 아버지가 창가에 나란히 앉자 창밖을 보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으십니다.

 

“저기 앉자있는 새가 무슨 새니?”

“까치예요”

아들이 까치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자니 아버지는 다시 물으십니다.

“저기 앉자있는 새가 무슨 새니?”

“까치예요”

아들이 다시 대답을 합니다. 대답을 들으신 아버지는 잠시 후 다시 물으십니다.

“저기 앉자있는 새가 무슨 새니?”

아버지의 똑같은 물으심에 아들은 조금 신경질적으로

“까치라니까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들의 신경질 섞인 대답 들으신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아들에게 물으십니다.

“저기 앉자있는 새가 무슨 새니?”

아버지의 똑같은 물음을 다시 들자. 아들은 버럭 화를 내면서

“까치라니까요, 아버지는 왜 똑같은 물음을 반복하세요?”

화를 내는 아들의 대답을 들으신 아버지는 말없이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당신의 일기장을 들고 나오셔서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하십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아들이 창밖에 앉아 있는 새를 보고는

“저 새 이름은 뭐야?”라고 묻는다.

“저 새 이름은 까치란다” 대답을 해주었다.

 

아들은 다시 묻는다.

“저 새 이름이 뭐야?”

나는 다시 “저 새 이름은 까치란다”라고

똑같은 대답을 하고 아들은 다시 묻고 나는 같은 대답을 하고, 그렇게 아들은 23번이나 묻고 나는 23번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무엇인가 신기해하는 아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꼭 안아주었다.

 

 

아나운서는 이야기를 마치며 말 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시험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그러면서 “왠지 가슴이 찡하네요.”작은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심히 부끄러웠다.

 

십년 넘게 아버지와 한 집에 살면서 나 역시 저 이야기 속의 아들처럼 아버지에게 받았던 크나큰 사랑을 잊고 살았던 일들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이제는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릴 수도, 어버이날이라고 외식이라도 하려고 모시고 나가며 “아버지 뭐 잡수실래요?”여쭈어 보면 “뭐 아무거나 먹지. 아이들 먹고 싶다는 거 먹자.”그러시면 철없는 자식들은 눈치도 없이 좋아라, 하며“할아버지 〇〇 먹으러가요.”라고 했었지.

 

이제 “아버지 뭐 잡수실래요?”여쭈어 볼 수도 없고 “뭐 아무거나 먹지. 아이들 먹고 싶다는 거 먹자.”라는 아버지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도 없다.

 

어버이날이 비가 오락가락하는 어두움 속에 서서히 저물어 간다. 어두움 속에 서서히 저물어 가는 어버이날 이 시간, 인자하신 아버지의 사랑담긴 온화한 그 음성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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