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소욕지족이라 하셨는데

心田農夫 2012. 5. 10. 18:38

 

인연

                            이 근 모

 

나 너의 가슴으로 달려가 자리를 틀면

너는 나의 가슴 안으로 달려와

같이 자리 트는 그날

기시덤불이 될까 아니면

서로 짠한 상념에 사로잡힌 향기가 될까

 

오묘한 사슬에서 허덕이는 숨이여

바라노니 우리 인연

고덕한 억겁의 수행이 되더라도

가시덤불도 그리움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운명이길-----.

 

순간의 연속이 쌓이는 그날

각기 다른 순간 끝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분모를 껴안고

이 가을 구르는 낙엽 뒤집어 쓸 수 있는

너와 네가 하나 되는 흙이길 소망하나니

 

선도 악도 서로에게 존재했기에 맺어진 것

악연도 사랑하면 하나의 교훈으로

인생항로 황포돛배 같은 것

인연은 그렇게 젖은 서로의 눈물을

부둥켜안아 보는 일이다.

 

                           월간『모던포엠』중에서

 

 

 

 

 

 

이십 여년전일이 생각이 난다. 큰 딸아이가 태어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집사람을 도와 딸아이를 목욕 시켜 커다란 노란 타월에 눕혀놓으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혼자 말을 했다.

 

“나는 너를 딸로, 너는 나를 아빠로, 너와 나는 부녀라는 인연으로 이 세상을 함께 하게 되어 기쁘구나.”혼자 말을 하면서도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한 인연이 아닌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집사람과 부부로서의 인연, 자식들과 부녀의 인연,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는 안 계신 부모님과의 부자의, 모자의 인연. 형제, 남매의 인연, 거기다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맺어왔던 많은 선후배와 인연들, 친구들과 우정의 인연, 그리고 요즈음 블방에서 만나는 인연까지 그 어떠한 인연인들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어디 있으랴.

 

 

 

 

 

인연과 만남

 

 

만남은 시절 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선가에서는 말한다.

그 이전에 만날 수 있는

씨앗이나 요인은 다 갖추어져 있었지만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만날 수 있는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가

시절 인연이 와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만남이란 일종의

자기 분신을 만나는 것이다.

종교적인 생각이나 빛깔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이 접촉될 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우주 자체가 하나의 마음이다.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류시화의 『법정 잠언집』중에서

 

 

 

 

 

 

만남이란 인연은 법정스님 말씀처럼 시절의 인연이 있었음이요, 자기 분신과의 만남은 아닐까? 특히 친구들과의 만남은 어쩌면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때때로 해본다. 이렇듯 우리는 인생길을 가면서 만남의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인연에 대하여 불가에서는 전생의 인연, 이승의 인연, 그리고 저승의 인연이 윤회하며 이어져맺어진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에 대하여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불교,

 

이승에서 지나다 옷소매만 살짝 스쳐도 전생에서 삼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불교의 인연. 그 불교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스님들이, 돈을 탐하여 도박을 하셨단다. 그것도 도반들끼리, 이승에서 도반으로 만나려면 전생에서 얼마나 많은 만남이 있어야 이승에서 도반으로 만날 수 있었을까?

 

 

 

 

 

 

진정한 만남도반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내 마음의 소망이 응답한 것.

 

도반을 위해 나직이 기도할 때

두 영혼은 하나가 된다.

맑고 투명하게

서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도반 사이에는 말이 없어도

모든 생각과 소원과 기대가

소리 없는 기쁨으로 교류된다.

 

이때 비로소 눈과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된다.

 

              류시화의 『법정 잠언집』중에서

 

 

 

 

 

도반으로의 만남이 얼마나 귀한 만남이요 소중한 만남이던가. 도반들이 모였으면 함께 도를 닦아야 하는 것이 도리일진데, 도반의 돈을 따먹겠다고 도박을 하였다네, 즉 도반과 도반의 만남의 도리는 팽개치고 옛말을 실천했네 그려

 

옛말에 “중이 고기 맛을 알면 법당에 파리가 안 남는다.“중이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말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눈앞에 이익에만 마음을 둔다는 뜻이니, 이번에 도박을 하신 분들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까?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시며 살다 가신 법정스님이 계시다면 무어라 말씀하실까.

 

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을까?

 

소욕지족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으니 가난한들 무슨 손해가 있으며,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부유한들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생전에 스님의 말씀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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