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한통의 전화가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心田農夫 2012. 6. 2. 13:13

 

積金以遺子孫이니라 未必子孫이 能盡守요

積書以遺子孫이라도 未必子孫이 能眞讀이니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하여 以爲子孫之計也니라

적금이유자손이니라 미필자손능진수

적서이유자손이라도 미필자손능진독이니

불여적음덕어명명지중하여 이위자손지계야니라

 

 

황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주어도 반드시 자손이 다 지키지 못하고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주어도 반드시 자손이 다 읽지 못하니

남모르는 가운데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책으로 삼느니만 못 하다.

                                        - 사마온공(司馬溫公) -

 

 

서구의 부자들은 일생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 보다는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음을 뉴스를 통해서나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언젠가 읽은 책 중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월런버핏이 자신의 딸이 주방을 새로이 고치려고 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삼천만원만 빌려 달라고 아버지인 월런버핏에게 부탁을 했단다. 아버지인 월런버핏을 딸에게 주방을 새로이 고치고 싶으면 네가 벌어서 고치라고 딸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도 사회에 많은 돈을 희사(喜捨)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벌들은 하나 같이 불법에 탈법을 해 가면서 자식들에게 상속을 하기에 바쁘고 심지어 평생 동안 다 쓰지 못할 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더 많은 재산을 가지겠다고 형제간에 재산을 가지고 서로 서로 소송을 하며 법정 다툼을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게 보이고 그 집안들 보기에는 호화스런 집에서 호화스럽게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속에서 나는 냄새는 썩은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다산 정약용의 초상>

 

 

 

조선시대 실학자인 정약용선생은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재물을 오래 보존하는 길이란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세상에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고 가치 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며 닳게 마련이고 음식을 먹으면 썩고 만다. 재물 또한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 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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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사용해버리는 것은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지만, 정신적인 향락을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시혜(施惠)하는 것 보 다 더 좋은 게 없다. 시혜해버리면 도적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고 불이 나서 타서 버릴 걱정이 없고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다. 또한 죽은 후에 이름을 천년 뒤까지 남길 수가 있느니 세상에 그처럼 유리한 게 있겠느냐?

 

꽉 쥐면 쥘수록 더욱 미끄러운 게 재물이니 재물이야 말로 메기 같은 물고기라고나 할까?

                      다산 정약용「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중에서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소재. 다산의 18년 유배생활 중 11년을 이곳에 지냈다.>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신 어머니, 배움이 많지도 않으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는 생존에 계실 때 때때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좋은 일에는 네가 바쁘면 아니 찾아보아도 괜찮지만, 어려움에 처한 곳에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만사를 제쳐 두고 찾아보아라. 그것이 사람으로 할 도리(道理)다. 좋은 일이 있는 곳에는 네가 가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어려움에 처한 곳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으려하니 너는 반드시 찾아가 보아라”어머니는 말씀만 그리 하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몸소 실천하시며 살시다 가셨다.

 

그래 살아오면서 될 수 있으면 어머니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늘 딸들에게 할머니 덕에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잘산다는 말을 한다.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는 것이 다 어머니 생전에 쌓아두신 덕, 뿌리고 가신 덕의 씨앗이 이제 열매로 성글어 나는 먹고 산다. 사마온공이나 다산 정약용처럼 많은 것을 배우시지 못한 어머니이시지만. 그분들과 같은 뜻의 말씀을 내게 가르치신 어머니다. 그래서 사마온공의 말이나 다산 정약용의 글이, 말이나 글로서만이 아닌 실지 삶에서 느끼고 체험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또한 나의 자식들에게 남겨줄 재산도 없다. 그저 어머님이 나에게 가르쳐주신 덕에 대한 말씀을 대물려 전해주고 열심히 덕을 쌓으며, 덕의 씨앗을 부리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자식에게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을 저금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산다는 것이 별것인가. 주어진 환경에 주어진 재물 가지고 필요한 때에 쓰다가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이것저것 따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없어서 주질 못해 안타까울 뿐이지. 있다고 다 나의 것도 아닌 것이 재물이 아니겠는가?

 

그저께 퇴근길에 동기남편 목사님이 임파선 암으로 서울에 입원을 하였다 이곳으로 내려와 투병중이라는 소리를 듣고 병원으로 문병을 갔다. 그 소식을 들은 젊은 동기가 어제 전화해 자신도 찾아보아야겠다고 어느 병원 몇 호실이냐 고 물으면서 “선생님은 어쩌면 그렇게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십니까?”한다.

 

눈이라고는 는 잘 오지 않던 이곳에 작년 겨울에 몇 십 년 만에 눈이 많이 오던 날 그 동기의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하도 눈이 많이 와 길에 차가 다닐 수가 없었다. 동기회에서 같이 가자고 했던 분들이 전화로 못가겠다고 연락을 주었다. 그래 걸어서 혼자 문상을 갔더니, 깜짝 놀라며 어찌 왔느냐 고 묻기에 두발로 걸어서 왔다고 하니 안 오셔도 괜찮으신데,------ 말끝을 흐렸던 동기다. 그 동기의 전화를 받고 나니 어머니가 생각난다.

 

 

 

가장 좋은 것을 주어라

 

                                                   마더 테레사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인 동기에서 하는 거라고 비난받을 것이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당신이 성실하면

거짓된 친구들과 진짜 무서운 적을 만날 것이다

그래도 성실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을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당신이 여러 해 동안 만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 모른다

그래도 만들라.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도와주면

공격할지 모른다

그래도 도와줘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이다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라.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