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가다 보면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 쉬다 보면 가는 것도 잊네
소나무 그늘 아래 말 세우고
짐짓 물소리를 듣기도 하네
뒤따라오던 사람 몇이 나를 앞질러 가기로손
제각기 갈 길 가는 터 또 무엇이 다를 것이랴
- 조선 중기 성리학자, 송익필-
위 글을 읽고 있노라니, 머릿속에 작은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어디인가 목적이 있어 말을 타고 가다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동화되어 소나무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자연과 하나 되어있는 선비가 그려진다.
아침에 만난 옆 가게 사장님, 언제 피서(避暑)를 가느냐고 물으신다. 요즈음 화두가 휴가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찜통 같은 무더운 날씨를 피해 여러 사람들이 피서를 간다고 점포 문에 “〇〇일부터 〇〇일까지 하기휴가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집들이 눈에 띤다.
어디를 간다고 더위를 피할 수 있겠는가? 매일매일 앉아서 책을 보는 것 보다 더 한 피서가 어디 있겠는가? 내 있는 이곳에도 근교에 좋은 계곡이 많다. 그러나 그 계곡마다 사람들로 넘치고 사람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는 한다.
아름다운 산세를 찾아 송익필처럼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겠지만, 어디를 가나 더위는 마찬 가지일 것이고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人山人海)인 곳을 찾아 갈 생각이 없다.
덥다하니 더운 것이요, 시원타 마음먹으면 시원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올해도 나는 책과 함께 이 더위 속에 동화되련다. 아름다운 산속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마음에 그리면서 이 여름을 보내리.
먕여산 폭포
이 백
향로봉은 햇살에 보랏빛 안개 서리고
폭포를 바라보니 자천이 걸려 있네
물줄기가 곧바로 삼천 길을 떨어지니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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