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마음으로 두 딸을 입양했습니다.

心田農夫 2012. 8. 10. 13:19

 

 

諸故伯叔 猶子比兒

제고백숙 유자비아

 

아버지의 형제나 자매는 백부ㆍ숙부ㆍ고모요,

그들이 낳은 자녀들은 조카이니 자기 친자식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천자문」중에서

 

 

 

 

 

 

함께 기도 해 주신다면, 혹시 기적이(?)

 

방금 정 아나운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14일, 토요일 저녁 걸려온 전화,

전화를 걸어온 조카아이에게 별일 없니, 하고

물었더니,

수화기 저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급한 연락을 받고 다음날 아침에 아내와 고속을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27년 전 머나먼 타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어린 두 딸을 나두고 먼저 간 형님을 대신해 두 딸을 어엿한 숙녀를 키워낸 형수가 암으로 이제 머지않아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리는 나에겐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두 아이가 이제는 성인이지만,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아직 아이들에게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이제 형수는 떠나려 합니다.

 

단 몇 시간 병실에 함께 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포항으로 내려오기 위해 세 모녀를 병실에 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의 무게였습니다.

 

정 아나운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뜩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음악이 기적을 가져 올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 방송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이 잠시 희망의 기도를 해주신다면(?) 혹시 기적이 이루어 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음악을 신청해 봅니다.

 

‘노래의 날개위에’ 20주년 기념 음반에 있는

‘<천지창조> 중 신록의 옷을 입고’를 신청합니다.

 

음반에 표지에 적혀 있는

“식물은 치유의 능력이 있어 우리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자생 식물 속에 우리의 병을 고치는 열쇠가 숨어 있다고 한다”라는 글처럼 음악에 치료의 열쇠가 숨어있기를 기원해 보면서,

 

(위 글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기에 방송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간절한 기도를 부탁하며 그 기도로 혹시 기적이? 하는 마음에서 방송국에 음악을 신청하며 보냈던 글이다.)

 

 

 

 

 

 

지난 달 14일 조카의 전화를 받고 다음날 서울로 병문안을 갔을 때, 형수는 병상에 누워서 나의 두 딸이 보고 싶다고 했다. 곧 방학이니 시간을 맞추어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병실을 나선 것이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작은 딸은 방학이어도 학교에 가야 했기에 함께하지 못하고 대학생인 큰 딸아이, 집사람과 함께 팔월의 첫날에 다시 병문안을 하기 위해서 상경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형수가 임종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저 병문안 하려고 편안한 옷을 입고 가던 중이라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남자의 상복인 검은 양복을 빌려 준다는 것을 알고 검은 넥타이와 샤스는 매점에서 구입해 입고 검은 양복을 빌려 입고 삼일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니 삼일을 지새워서인지 몸도 많이 피곤하기는 했으나 아직 미혼인 두 조카의 앞날이 걱정이 되어서 도무지 잠도 안 오고 모든 일들이 손에 잡히지를 않습니다.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집 한 칸 없이 셋방에서 생활하는 조카들에게 무엇 하나 변변히 해 줄 수 없는 자신의 싫고, 밉고,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집니다.

 

“늘, 죽어 저세상에 갈 때 가지고 갈 것이 없는데 왜 그리들 욕심이 저리도 많을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던 자신인데, 이런 일이 있고 보니 돈도 있기는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 합니다.

 

재력이 있었다면 아이들 전세방이라도 얻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조카아이들이 훨신 생활하기가 쉬울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무능한 자신이 자꾸 싫어집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물질은 없으니 못 도와주어도 마음만이라도 늘 그 아이들하고 함께하면서 도움을 줄까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마음으로 조카가 아닌 딸로 입양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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