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미안한 마음, 감사한 마음, 축하의 마음 - 2

心田農夫 2013. 1. 11. 15:13

 

 

남성으로 태어나 잘은 모르지만, 어머니의 출산에는 심한 고통이 따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고통에 견주는 것이 작가들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한편의 시. 한편의 수필, 한 권의 소설 등등, (물론 음악도, 미술작품도 마찬가지겠지)

 

삶의 순간순간을 한 단어의 시어로, 한 문장의 시구가 되기까지 힘겨운 고뇌 속에서 엮어져 탄생한 시집, 『꽃의 인사법』을 저자인 유곡 서 동안선생님이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받았으나 변변한 인사를 못 드렸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늦게나마 선생님의 시집출판에 축하의 마음을 글로 전합니다.

 

 

 

 

 

 

어머니의 가을

 

                서 동 안

 

갓 길어 올린 아침이

늙은 햇살 등에 업고

자분자분 걸어가는 허리 굽은 가을날

어머니의 하루해가 짧다

 

자식들은 먹고 살기 바빠

달포가 재우도록 소식도 없는데

자식 챙겨 줄 몫 짓는 어머니

굽은 허리에 손바닥은 갈라지고

한평생 자식들 등에 업고 살아온 몸은 천근만근

수분 빠진 뼈마디 깃털처럼 가벼워라

 

가난은

철학을 낳는다 했던가

누가 물으면 마지못해

 

“아, 그랑께 나 살아온 시상이 징그럽당께

볏짚 묶듯이 책을 맨들면

한 열 권은 맨들 것이구만“

 

이 가을 내내 뙤약볕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짚을 묶고 계신다

 

 

 

 

 

 

이 시를 읽으며 지금은 안 계신 어머니시지만,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어느 인생이라고 인생사 가볍고 쉽겠는가마는 우리네 어머님들의 삶이야말로 시인의 시어에 있듯이

 

“아, 그랑께 나 살아온 시상이 징그럽당께

볏짚 묶듯이 책을 맨들면

한 열 권은 맨들 것이구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인생을 살아오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희생하시며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온 인생들이셨다.

 

위의 시 ‘어머니의 가을’ 시가 담겨있는 시집을 시인께서 손수 보내주시어 잘 받아 한 작품 한 작품 음미하기를 벌써 다 음미하였건 마는, 전화 한 통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이 다이다.

 

 

 

                                                                   유곡 서 동안시인의 <꽃의 인사법>시집 표지

 

 

생의 이력서

 

                    서 동 안

 

 

나 그대에게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는다

비록 손아귀에 익은 열매 한 알 올려놓지 못했어도

산다는 것에 그저 목이 메었을 뿐

달빛 고운 날 창문을 열고 천상에

유성 흐르는 빛을 보며

재던 세월의 거리는 어떤 속도였던가

빛의 모서리에 부딪혀 돌아오는

파장의 내용들을 마음에 담지 못하고

삶의 창고에 방치해 두었다가

대방출하는 날 몽땅 짊어지고 오르는 고갯길

헐떡거리며 따라온 버스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힘차게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해

허공 속 담담해진 시간 들추어

이미 마련되어 있는 기억들을

붉은 단풍의 뒷면에 꼼꼼히 적어 놓고 싶네

 

바람이 불면 툭하고

저녁빛에 낙화하는 환희처럼 볼 수 있게

 

 

 

 

 

 

 

살아오면서 몇 번의 이력서를 써보았지만, 그 이력서에는 판에 박은 듯 언제나 똑같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며 나의 생의 이력서는 과연 내가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나의 이력서가 작성된다면 무엇이 어떻게 적혀질까? 가만히 생각에 잠겨본다.

 

이제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감인가? 어떻게 하면 추하지 않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눈이 들어온 책제목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을 읽었고, 얼마 전에는 또 제목에 이끌리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의 ‘열두 번째의 후회’에‘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다면’이란 소제목에 글에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자 바람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서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인생이란 자신의 역사이기에 그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좌절하는 환자들의 안타까운 순간을 수없이 마주해 왔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얼마 남지 않은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발자취를 감동적으로 남기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중에서

 

 

 

 

 

인간의 마음은 거기서 거기안가보다. 이 세상에 와서 살다가 가면서 작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한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시인이나, 수필가, 소설가 등이 한없이 부럽기만 할 것이다.

 

유곡 선생님이 손수 우체국을 통해 보내주신 시집을 집배원으로부터 받던 날 감사한 마음과 한편 부러운 마음으로 받은 지가 벌써 해가 바뀌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글로 인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시집『꽃의 인사법』출판을 늦게나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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