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오늘도 다산을 만나 배움을 얻다-Ⅱ

心田農夫 2013. 4. 5. 18:51

 

自足

 

有天容我頂 有地容我足

 

有水兼有穀 自來充我腹

 

 

자족

하늘이 있어 내 머리를 둘 수가 있고

땅이 있어 내 발을 놓을 수 있네.

 

물이 있고 곡식도 아울러 있어

절로 와서 내 배를 채워주누나

 

 

 

 

하늘 아래 땅위가 내 터전이다. 내 발로 못 갈 데가 없고

내 머리로 못 할 생각이 없다. 나는 천지간의 자유인이다.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는다. 굳이 아옹다옹 하지 않아도 딱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베풀어주신다. 이 땅이 하늘 아래 배곯을 일이 전혀 없다. 답답하지 않다. 부족하지 않다.

                             정민의 『한밤중에 잠깨어』중에서

 

 

 

 

 

위의 글은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라는 부재가 붙은 『한밤중에 잠깨어』있는 내용을 옮겨 적은 것이다. 이 글을 옮겨 적은 것은 어제 동기와의 대화를 하고 나서 문뜩 다산의 시가 생각이 나서이다.

 

어제 동기 남편의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에 동기들과 단체 문상을 다녀왔다. 문상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동기 한 사람이 이제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에 대한 걱정한다. 내 듣다 뭐 벌써부터 걱정이야, 요즈음 세상에 밥 굶을 일이 있나.

 

졸업을 해도 취직이 안 되니 걱정이란다. 그러면서 대학에 출강하는 동기의 자녀들을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렇게 키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출강하는 동기의 자녀는 공부를 잘한다. 첫째 딸아이는 교려대학교에 다니고 둘째 아들은 카이스트에 다니고 있는 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곳 일진데, 오직 명문대학만 선호하고 성적만이 우선시 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성적이 좋아 명문대에 입학하여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이 되었다고 성공한 것이고 그 인생이 반드시 행복한 것일까?

 

 

 

 

 

 

나는 두 딸아이가 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을 시작할 때, 세 가지를 말해 주었다. 첫째,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라. 둘째, 사회성이다. 학교생활에서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와 관계가 중요하니,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도록 해라. 그것이 공부다. 셋째,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런 사고(思考)가 지금 고삼인 둘째 딸아이를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대학 2학년인 첫째 딸도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다행히 두 딸아이들도 학원이나 과외를 시켜 달라고 하지를 않았다.

 

전생에서 이 세상으로 올 때도 빈손으로 왔고, 이 세상에 와 살다 어느 날인가 저 세상으로 떠날 때도 올 때처럼 빈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가 아니던가. 장례식장에 앉아 자식 걱정을 하는 동기로 인하여 다시 한 번 다산에게서 자족(自足)의 정신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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