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작가의 독자사랑, 독자의 작가 사랑

心田農夫 2013. 6. 3. 16:55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가 정신을 깊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망스러운 일이다. 정신을 깊이 하는 일을 통해서, 서로가 힘이 되고 빛이 되어 한없이 승화할 수 있다.

 

형식 논리로는 하나 보태기 하나는 둘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정신을 깊이 하는 창조적인 우정에는 둘을 넘어 열도 백도 될 수 있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중에서

 

 

 

 

 

방금 우체국에 가서 시집 한권을 부치고 돌아왔다. 몇 일전부터 시집 한권 보내야 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편지를 쓸 시간이 없어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못 부치고 있다가 오늘은 안 되겠다싶어 달랑 시집만 봉투에 넣어 부치고 돌아왔다.

 

지인에게 책을 보낼 때에는 늘 지인의 안부를 묻고 나의 소식을 적은 편지를 써서 받으시는 분의 성함을 적은 봉투에 넣어 책표지 안쪽 속에 넣어 보내고는 하는데, 처음으로 편지 없이 책만을 보냈다.

 

우체국에 돌아와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컴퓨터 CD룸에 CD를 넣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수필가이신 선생님과의 인연은 블러그가 다리가 되어 인연을 맺어 주었다.

 

나의 블러그에 남기신 댓글을 보고 선생님의 블러그를 방문하여 수필가이신 것을 알고 선생님의 책을 구해보고는 작가와 독자가 되어 간간히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때로는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지금 컴퓨터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는 음악은 방금 시집을 보낸 수필가 선생님이 보내주신 다섯 장의 음악 CD가운데 한 장이다. 마침 이글을 쓰고 있는 중에 네 번째에 수록된 〔Toselli〕의 Serenade 가 감미롭게 흘러나온다.

 

이렇게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보내주신 CD로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사무실을 벗어나 있을 때에는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물론 MP3에 음악을 다운로드해서 듣거나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보내주신 휴태용 스피커 장치>

 

                                                                             <스피커 장치를 넣는 케이스>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예전에 구입한 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폰에도 MP3기능이 있기는 한데, 아직 한 번도 사용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즈음 밖에 나갈 때에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휴대용 스피커 장치를 보내 주셨기 때문이다. 보내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저장하여 함께 보내 주셔서 말 그대로 원터치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계속하여 들을 수가 있다.

 

그 여러 장르의 음악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가곡을 제일 좋아하고 고운 음성의 어린이가 부르는 동요도 수록되어 있어 동요를 들으면서 따라 부르기도 하고 고향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는 한다.

 

멀리 떨어져 서로 사는 공간은 다르지만, 그리고 한 번도 직접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이렇게 서로를 생각하면서 간간히 아름답고 고운 마음을 담은 선물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독자 사랑, 독자의 작가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참으로 귀한 인연이요 아름다운 만남이 아닌가.

 

오늘도 고운 선율의 음악을 들으며 한 잔 차를 타놓고 차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차를 음미하면서 두 눈으로는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책을 본다. 이렇게 책을 보다 잠시 덮고는 살며시 눈을 감고 시집을 받으실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의 캔버스에 그려 본다.

 

이렇게 우리는 또 멀리 떨어져 살면서 서로서로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고이고이 마음의 앨범에 새록새록 담을 것이다. 시집을 받으시면 잘 받았다는 전화를 주실 것이다.

시집 잘 받았다는 반가운 목소리의 선생님 전화를 기다려 본다.

 

 

 

 

 

어느 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살이 이정도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에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