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등화가친의 계절이라 그런가?

心田農夫 2013. 10. 12. 16:55

 

 

 

 

독서유감

 

책을 읽으니

천하 이치 모두 깨우쳐

세모에도 안반낙도 오히려 달가와

부귀공명 시샘 많아 손대기 두렵고

초야에 사니 시비 없이 몸이 편하구나

산나물ㆍ물고기로 배를 채우고

맑은 바람 밝은 달에 상쾌한 마음

책을 읽어 모든 의혹 후련히 푸니

인생벽년 허망함 면하게 되었네

            - 조선시대 학자 서경덕 -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하였던가? 서늘한 가을밤에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다는 말이니, 시절로 말하면 요즈음 이르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손님들이 오셨다가는 부쩍 책을 빌려 달라고들 한다. 지난 화요일에는 전에 함께 장학회를 하던 장학회 회장님, 사기본기를 보시더니 빌려달라고 하기에 어제 도착하여 아직 안 보았다고 하니, 아쉬워하시기에

 

한 쪽에 자리하고 있던 사기열전을 가리키며, 사기열전은 다 보았는데 사기열전을 보시겠는가하고 물으니, “열전이라”이라 하시며 책을 보시더니, 그 두터움에 “볼 시간이 있으려나?” 하시더니, 열전이라도 빌려가겠다 하시어 빌려 드렸다.

 

 

 

 

 

책은 내 인생의 은인이자 친구다. 책을 통해 구원받았고, 책을 통해 미래를 꿈꿨다. 책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혹은 절대로 가볼 수 없는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줬고, 불가능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노경원의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중에서

 

 

 

 

 

어제는 전에 손님으로 왔던 근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들어와 인사를 하면서 “아저씨, 책 좀 빌려가도 되요?”하고 묻는다. 기말고사가 끝나서 책 좀 보고 싶어 왔단다. 그래 “어떤 책이 보고 싶은데?”하고 물으니 “아저씨가 추천 해 주세요.”한다.

 

학생의 독서 취향도 모르고 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을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어 근래 어떤 책을 읽었는가. 물어보았더니, 자기 개발서를 읽었단다.

 

수도 없이 출판되어 나오는 자기개발서들. 나도 한 열권 가까이 읽어 보았으나 그 내용이라는 것들이 비슷비슷 한 것이 거기서 거기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라. 큰 꿈을 가져라. 마인드 컨트롤을 해라 등 등,

 

혹시라도 자기개발을 위한 책을 보다가 나처럼 실망이라도 할 것 같은 마음에 “학생의 독서 취향을 잘 모르기에 추천하기가 좀 그런데, 근래 자기 개발서를 읽었다고 하니, 자기 개발서들은 보통 긍정을 이야기 하는데,

 

 

 

 

 

거기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책이 있는데 읽어 보겠느냐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하기에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이란 책을 한 번 읽어 보라고 빌려주었다.

 

『긍정의 배신』책 표지에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라는 글이 적혀 있다. 큰 그림을 그려라,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것이 심지어 암에 걸린 것도 축복이라는 것이다.

 

그런 터무니없는 일조차 긍정이란 이름으로 축복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을 읽어본다면 학생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빌려 주면서

 

“아저씨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 전에 읽었다는 자기 개발서와 이번에 읽을 책 『긍정의 배신』을 한 번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는 말을 해 주며 책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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