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외롭지 않으세요? 고독해 보여요.

心田農夫 2013. 12. 7. 16:46

 

외롭지 않으세요?

늘 혼자계시니

고독해 보여요

 

혼자라니요

늘 많은 친구들과 함께인데요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나 보지요?

아니요.

 

아니 좀 전에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신다고 말씀하시고는

 

맞아요.

여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데카르트가 말했지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늘 좋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니

외롭고 고독할 시간이 없습니다.

 

 

간간히 찾아오시는 중년여인과 나누었던 대화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퇴근시간까지 늘 혼자서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다보니, 그런 내 모습에서 그렇게 느끼셨나보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서재 안에 책들이 있잖아요. 이 공간에서 책 한 권 한 권을 볼 때마다 저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저자와 대화를 하는 거라도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책을 통해 동지를 만나고 친구와 연인을 만나고 때로는 적을 만나기도 해요.

                                                                                                               - 법학자 조 국 -

 

 

고독한 하다는 것도, 외롭다하는 것도 다 마음의 느낌이 아닐까? 늘 혼자 있지만, 그 시간을 대체로 책과 함께 한다. 여행에 관한 책을 보면서 여행도 하고, 미술에 관한 책에서는 그 시대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며, 그 작품을 하게 된 동기, 배경에 대하여 질문도 하고 나름의 답도 해본다.

 

기원전에 살았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향연』속의 모습을 눈을 감고 뇌리에 그려 보면서 술자리에서 한 잔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스승인 플라톤과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두 사람이 아카데메이아를 걸으면서 나누었던 대화를 살짝 엿듣기도 한다.

 

 

                                                                      <아테네 학당> 부분 : 디오니게네스

 

 

때때로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가르침도 받기도하고, 신분이 뚜렷했던 사회에서 그 신분 때문에 처참한 가난의 고통 속에서도 책을 사랑했던 이덕무, 그를 책 벗으로 만나면서 그의 책 사랑과 그의 철학을 마음에 담는다.

 

 

눈 온 날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내 좋은 벗이 오질 않으니 더불어 이야기 나눌 사람이 누구겠는가? 시험 삼아 내 입으로 읽으니 이를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내 팔로 글씨를 쓰니 이를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니, 다시 무엇을 원망하라.

                                                                                            이 덕무의 『선귤당농소』중에서

 

 

이덕무는 말한다.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벗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하며 마음에 맞는 시문을 읽으면 이것이야 말로 지극한 즐거움이라 하겠다. 그러나 어찌 이다지도 그런 기회가 오기 드물단 말인가? 일생에 무릇 몇 번일 것이다.”

 

그러면서 이덕무는 말을 잇는다.

 “모름지기 벗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책과 더불어 노닐 일이다.”라고. 대중 속에 고독이라고 했던가? 고독함도 외로움도 다 마음에 자리한 것이리라.

 

 

  <아테네 학당> 부분 : 피타고라스, 아베로에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있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고독만큼 사귈 만한 동료는 찾지 못했다. 생각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늘 고독하다. 고독은 한 사람과 동료 사이에 있는 공간의 거리로는 측정되지 않는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도서관에서책에 파묻혀 있는 학생은 사막에 홀로 있는 탁발승보다 더 고독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혼자 있는 즐거움』중에서

 

 

 

                                                                    <아테네 학당> 부분 : 유클이드(브라만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