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아! 어찌 살아가라고

心田農夫 2014. 2. 20. 16:05

 

 

 

議事者는 身在事外하여 宜悉利害之精하여

의사자는 신재사외하여 의실이해지정하여

 

 

任事者는 身居事中하여 當忘利害之慮니라

재사자는 신거사중하여 당망이해지려니라

                              『채근담』중에서

 

 

<해의>

무슨 일이든 일을 의논하는 사람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관찰하여 이해의 실정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일을 맡은 사람은 몸을 일 안에 두어서 이해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그 맡은 바 일을 계획대로 수행하기에 전념하여야 한다.

 

실무를 맡은 자가 이해에 관심을 둔다면 일에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채근담』중에서

 

 

 

 

                                                           <이번 눈에 지붕이 내려 앉은 합기도 체육관 모습>

 

 

이번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건 후에 나오는 말들은 여느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인재’다 ‘천재’다 하는 말들을 하고 있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다는 속담처럼

 

사후 약방문 처방 하듯 “전국의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의 안전 진단을 하겠다.”는 정부의 처방과 교육부에서는 대학교에서 주체하는 OT는 하되 학생회 자체 OT는 하지 말라고 하는 등 언제나 뒷북을 두드리는 늦장 행정처리 모습에 화가 난다.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건이 있기 전에 전국에 있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건물, 창고 등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졌다는 여러 건의 사고가 TV 뉴스에서 보도로 나왔을 때,

 

조금은 늦었지만, 정부차원에서 전국의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의 안전 진단을 하였다면,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든 중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어렵게 입학한 대학교에서 자신들의 꿈을 활짝 펼 대학생활을 기대하며 한창 희망에 부풀었을 가엾은 젊은 학생들을 떠나보내지는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가슴이 먹먹히 막히며 답답하기 만하다.

 

사고가 있던 날. 사고 난 그 시각에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둘째 딸아이도 강원도 평창서 거행되는 OT에 참가하고 있던 중이라 TV에서 속보를 보면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많이 놀란 집사람은 계속 딸아이와 문자로 안부를 묻었다.

 

다행히 딸아이는 무사히 OT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같은 나이의 딸을 둔 부모로서 이번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어찌 살아갈고, 도무지 남의 일 같지 않다.

 

인생사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 하지만, 자식을 앞세우는 슬픔과 괴로움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을까? 내가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어도 옆에서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그 슬픔과 고통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35년 전 둘째 형님이 외국에서 근무 중에 젊은 나이 40에 세상을 떠나셨고 형님이 떠나시고 난 후 한 달도 안 되어 검던 아버지의 머리털은 하얗게 변하였고 6개월 후에 어머님마저 세상을 등지셨다.

 

나 역시 형님의 잃은 슬픔과 아픔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직장에 사표를 쓰고는 정처 없이 전국을 떠돌기 시작한 것이 고향을 등지고 객지생활을 하게 동기였고 지금도 이렇게 객지에서 살고 있다.

 

10명의 아까운 생명을 보내고 나서야 붕괴된 체육관 시설의 인가 자료와 설계도면 그리고 시방서 등을 제출 받아서 부실 공사 등에 대하여 수사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리고 경찰에서는 리조트와 행사 대리업체의 관리 부실이 확인되면 업무상과실치사 죄로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를 할 방침이란다.

 

왜? 사전에 조사하여 허가를 불허하고 건축물이 완성 되었을 때에 철저한 준공검사를 하여 부실한 공사를 찾지 못하고 사고가 나고 나면 하는 것일까?

 

『위 채근담』에 있는 말처럼 하나의 건축물을 새울 때에는 냉정한 관찰 속에 파악해야 하고, 그 맡은 일을 계획대로 수행에 전념해야 하고, 그 맡은 일의 이해득실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건물을 지으면서 나와 내 가족이 살 집으로 생각하였다면 부실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사고나 사고가 나기 전에 그 징조가 나타난다. 내 직장 근처의 후배의 제자가 운영하는 100여 평의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체육관의 지붕도 이번 눈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한 번에 내려앉은 것이 아니라 가운데부터 U자 모양으로 굽기 시작하면서 차차 내려앉았다. 180여명의 어린이가 운동하는 곳이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번 사고가 있었던 대학교 측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8시 15분경에 붕괴 조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붕괴가 된 것은 한 시간 후쯤이었다고 하는데, 진작 이런 징조가 있었음에 왜? 행사를 중지하고 다들 대피하지 않았던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마우나 오션리조트, 대학교당국 등 사고관계자들과 유족들이 협상이 되어 고 박주현 양의 장례식이 오늘 9시에 진행되었고 나머지 학생들의 영결식은 내일 21일에 부산외국어대학교 남산동 캠퍼스에서 학교장으로 치려진단다.

 

두 딸을 대학생으로 둔 학부모로서 유가족들에게 위안을 전하면서

아울러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눈에 지붕이 내려 앉은 합기도 체육관 모습>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김 소 엽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럼 없이

당신을 해우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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