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아하! 그렇구나.

心田農夫 2014. 3. 13. 14:34

 

 

 

단상 : 설음 담은 비

 

                         碧 石

 

추적추적

내리는 비

저 방울방울 비속에

고향 떠난 설음 담고 있네

 

텅 빈 방에 홀로 앉아

한 잔의 커피로 설움 달래 보건만

눈엔 설음 담은 이슬이

시나브로 송골송골 맺히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했던가? 왠지 비가 오면 고향생각이 나는지, 고향이라 해도 이제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은 온데 같데 없이 사라지고 개발이란 이름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시멘트 구조물만이 복잡하게 서있다. 그 시절은 뇌리에 남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철없이 뛰어 놀던 그 당시가 그립고 그때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립다.

 

또한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서서히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뜻이리라. 그런데 네 식구가 각각 서울로, 경기도로, 울진으로 그리고 포항에서 저마다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서 저마다의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열흘이 되었다.

 

이렇게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여야 하는데, 아직 적응이 안 되어 참으로 혼란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렇게 덜렁 혼자 남아서 일까? 추적추적 비가 내리니 서늘한 기온이 한겨울의 추위보다 더 한 추위로 뼛속까지 파고드니 몸은 춥고 마음 역시 외로움으로 쓸쓸하다.

 

서서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한참 보다 돌아서는데, 눈에 들어오는 한권의 책. 『텅 빈 충만』이었다. 한 이십년 전쯤에 보았던 책이라 그런지 이제 종이가 누렇게 변한 책이다. 책장에서 꺼내어 펴 본다.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한 것이다.

                          법정 스님의 『텅 빈 충만』중에서

 

 

 

아하! 그렇구나.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롭다 생각하니 혼자인 것이 외롭다 느껴지는 구나. 텅 빈 방이 충만하듯, 비었기 때문에 가득하다는 말씀이다. 오늘도 비로 인해 작은 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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