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스님, 저도 스님처럼 궁금합니다. 왜 그럴까?

心田農夫 2014. 7. 28. 12:49

 

우리는 보통 오천 원짜리 커피를

사서 마시는 것을 주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 두세 잔 값인

책 한 권 사는 것은 주저한다.

왜 그럴까?

헤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중에서

 

 

               <책을 싼 종로서적 포장지 앞 표지, 뒤 표지>

 

 

오시는 손님들 중에 간간히 책을 빌려 달라는 분들이 계신다. 그럴 때마다 그러라며 빌려드리고는 하는데, 몇몇 분은 소식이 없다. 빌려 가시는 본인 스스로 연락처라도 남겨 주시면 좋으련만 대부분이 그냥 책을 빌려 가신다.

 

손님의 신분에 관한 일이라 일일이 성함, 주소, 전화번호를 물을 수도 없다. 분명 이곳은 책을 파는 서점도 아니고 책을 대출하여 주는 도서관도 아니기에 그냥 빌려드리는 편이다.

 

혜민 스님의 책을 읽노라니 생각나는 분이 있다. 일 년 전 오셨던 손님이다. 그 때에 책 한 권 빌려 가시고는 6개월이 지나도 책을 가지고 오시를 않기에 남겨준 전화번호로 연락을 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했더니 ‘아, 내가 조금 바빠서요. 갖다 줄게요. “한다.

 

전화 후 한 일주일 지나서 책을 가져다주었다. 그 책이 그냥 소설이나 에세이 같았으면 전화를 하지 않았을 텐데, 프로이트의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 참고할 일이 있어 망설이다 전화를 해서 돌려받았었다.

 

그 분이 지난 달 6월 28일에 다시 오셨는데, 책장 앞에서 이 책 저책을 뽑아서 보고 다시 꽂아놓고 하더니 책한 권을 다시 빌려가겠단다.

 

그래 “빌려가는 것은 괜찮은데 보시고 가져다 주시기만하면.”했더니, 약간 언성을 높이며“아니 내가 언제 안 갖다 주었나요.”하시며 “7월 31일 갖다 줄게요.”하며 나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갖고 나가신다.

 

이제 칠월 말일이 다가오는데 그 분 책을 가지고 오실까? 혜민 스님의 책을 보다 스님의 그 말에 정말 동감이 가기에 적어 본다. 정말 책을 좋아 한다면 선뜩 책 한권 사지 않을까?

 

내 이십대에 정말 보고 싶은 책이 있어 종로서적(지금은 없어졌다.)에 들렸다. 돈이 모자라서 망설이다 차비를 보태어 책을 사들고 종로에서 용산 집까지 걸어 왔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때에는 책을 사면 책을 종로서적이란 글이 적힌 포장지로 책을 싸서 주었다. 책이 귀해서 이였을까. 그 포장을 한 책을 집에 와 다시 비닐로 표장을 하여 책을 보았다.

 

지금 책을 보니 1979년 6월 20일 인쇄 1979년 6월 25일 발행. 정가 1500원이라고 적혀 있다. 책 제목은 도덕경(노자)이다.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이나 그 때는 돈이 없어 보고 싶은 책을 돈이 없어 살 수가 없었던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보고 싶은 책을 돈이 없어 사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책 만한 친구를 어디서 쉬이 만날 수 있겠는가 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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