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별똥별 되어 혜성별이 떨어졌습니다.

心田農夫 2014. 10. 22. 17:20

 

 

 

 

한 젊은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명망가나 의료계의 권위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학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의학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 중에는 동료 의사와 간호사, 환자, 그리고 그가 다니던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고루 섞여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젊은 의사는 조금 일찍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 중 어느 누고도 다다르지 못한 성취를 이른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수현 지음ㆍ이기섭 엮음『그 청년 바보의사』추천사 중에서

 

 

 

 

 

 

 

내 어렸을 때에는 서울의 하늘도 밤에는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밤하늘을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마 내가 어렸을 때에 보았던 모습의 밤하늘을 보려면 모르긴 몰라도 강원도에서도 깊은 산골짜기라도 들어가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어렸을 때에는 밤에는 전깃불이 없어 낮과 같이 놀 수가 없었고 밤에는 그저 동무와 앉아서 밤하늘을 보면서 별을 세거나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밤의 놀이 이였습니다.

 

어느 날 동무와 앉자 별을 보고 있는데, 별똥별이 아름다운 꼬리를 드리우며 떨어지다 사라졌습니다. 옆에 있던 동네 형이 “또 한 사람 죽었구나.”하기에 우리들이 “별똥별이 떨어지면 사람이 죽는 거야?”물었더니,

 

“그래 너희들 조금 전에 저별은 내별 저별은 네별 했듯이, 사람마다 자기별이 있는 거야. 자기별이 떨어지면 죽는 거야.”하더군요. 그날 후 여러 날을 우리들의 자신의 별이 혹시라도 떨어졌나. 밤하늘을 보며 확인하는 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나이 들어 신문을 보면서 유명인사가 죽었을 때에 “학계의 큰 별 지다.” “재계의 큰 별 떨어지다 .”등의 문구를 보면서 고향생각을 하며 어릴 때에 밤하늘을 보며 함께했던 동무가 그리웠고 별똥별을 보면서 “또 한 사람 죽었구나.”하던 동네의 형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단상 : 이웃사촌

 

                         碧 石

 

삼층의 소아과의원과

단층의 구멍가게가

한길 가운데 두고

마주보며 이웃사촌 되었네

 

호형호제라

부르진 않았지만

장로님, 집사님으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먼 친척보다 낫다는

이웃사촌으로 지냈네

 

어두운 세상 곳곳이

두루두루 사랑의 빛

그윽이 비추이던 혜성별

 

대지의 신이 부르셨음인가

하늘의 신이 찾으셨음인가

 

어느 날 예고 없이

들이닥친 날벼락 사신에

긴 꼬리 별똥별 되어

빛을 잃고 지고 말았네

 

피를 나누지 않았으니

친족은 아닐지라도

이웃사촌이란 촌수로

친족 아닌 친족의 신분으로

 

인증 안 된 유족 되어

삼일 밤, 사일 낮을

이승에서 산자와 망자로

잘 계시오, 잘 가십시오

이웃사촌 정을 함께 하였네

 

 

 

 

 

 

지난 금요일인 17일 밤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던 자정이 조금 넘은 새벽 영시 7분쯤에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니 믿을 수없는 소식에 너무 놀랐고 그 소식이 사실이라는 말에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수는 없는데,” 하며 한참을 눈물을 흘리다. 집사람이 “가봐야 하지 않아요.”하는 말에 검은 샤스에 검은 넥타이, 검은 양복을 입고 집사람과 함께 병원장례식장을 줄달음쳤습니다.

 

바로 어제 목요일인 16일에 만났었는데, 무슨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있는지,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부인과 아직 십대인 두 아들이 망연자실 앉자 있고 몇 분의 지인들이 와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과 인척관계는 아니라 새벽 다섯 시까지 있다. 집에 와 잠시 눈을 부치고는 다시 장례식장으로 향했고 그렇게 우리부부는 4일의 장례에 함께하였습니다.

 

그분은 소아과 전문의로서 한때는 종합병원 과장 이였고, 개업 후에는 원장님으로 교회에서는 장로님으로 불리었습니다. 문상객이 잠시 뜸해 앉아 그 분과 함께했던 일들을 상기하다가 몇 년 전에 읽었던 『그 청년 바보의사』의 주인공 안수현 선생이 떠올랐습니다.

 

안수현 선생을 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으며 만났던 안수현 선생님, 그분도 내과 전문의로서, 교인이요 신앙인으로 아름답게 살았던 안수현 선생님의 짧은 날의 삶들이, 소아과 전문의원의 원장님으로 삶, 한 교회의 장로님으로의 삶이 안수현 선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의로서 교인들과 지인들 그리고 의원 주변 사람들이 아파서 오면 몇 천원이지만 처방전에 대한 요금도 받지 않으며 환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하셨고, 여름휴가는 캄보디아 의료선교에 필요한 의약품과 모기장등 모든 것을 사비를 들여 장만하여 의료선교 다녀오기를 기쁨으로 하셨고,

 

장로로서 교회에서 하는 지역무료급식 봉사에 대한 비용 일체를 당신 혼자서 감당하시는가 하면 사례비가 적어 책을 사보기 힘들 것이라며 부목사들에게 목사로서 필요한 전집류의 책을 사 선물하는가하면 주위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에 대해서는 언제나 따스한 보살핌으로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사셨던 분이었습니다.

 

장남으로 맏사위로 홀로되신 어머님의 생활비를 책임지셨고. 동생들과 조카들, 처남과 처제들, 자신의 집이나 처갓집의 기쁜 일과 어려운 일에 단 한 번도 모른다 하신 적이 없이 사소한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다 챙기시는 자상한 인품이셨습니다.

 

그러한 분이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양복 한 벌 사기를 주저하였고 의사로서 이 정도의 차는 타야지 하는 지인들의 말에 좋은 차를 사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즉 한 번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살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 속으로 말해봅니다. “바보 같은 사람 조금만이라도 당신을 위해 살지”

 

장, 이란 은하수의 많은 별들 중에 혜성이란 별로 태어나 자신의 빛을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으로 아늑히 비추어주었던 그 별은 이제 별똥별이 되어 자신의 몸을 타 태우므로 그 사명을 다하였습니다. 이제 혜성별이 지고 말았습니다.

 

육신은 대지 신의 품안에서 포근히 안기여 잠들었고, 영혼은 하늘 신의 울타리 안에서 영원한 삶을 새로이 시작하셨습니다. 혜성별의 떨어짐은 인간적인 면에서는 서글픔이요 아픔이지만, 신앙적으로는 하늘나라로 스카우트되어 가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서 남은 우리는 이제 가고 없는 그 분이 이승에서 비추었던 고귀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빛의 흔적들을 잊지 않고 우리 마음에 각인하여 이승에서의 아름다웠던 혜성별과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며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빛을 아늑히 비추이던 별, 장 혜성원장님, 장 혜성장로님 잘 가십시오. 이 글을 고 장 혜성님에게 바칩니다.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제일로 꼽는 것은 그가 ‘참 의사’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환자에게 성실했습니다. 환자에게 성실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환자의 살이 베일 때 아프겠거니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베인 것처럼 아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는 같이 아파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마치 내 생명처럼 귀히 여기고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안수현 지음ㆍ이기섭 엮음『그 청년 바보의사』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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