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한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인데

心田農夫 2015. 5. 6. 19:08

 

집사람은 직장일로, 두 딸은 배움을 위해, 네 가족이 뿔뿔이 떨어져 일인 가정이 되어서 산지가 벌써 일 년이지나 2년차에 들어가 어느새 오월을 맞았다. 두 딸아이가 멀리 떨어져 있어 간간히 메일로 안부를 전한다. 오늘도 메일을 보내려고 인터넷을 열었다가 기절초풍을 할 번 하였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어이 그런 일이 그것도 어버이날을 앞둔 시점에서 어이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35세의 딸과 33살의 아들이 공모를 하여 아버지를 해코지 했다니, 삼십대라면 철이 없을 나이도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만은 아무리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했다하여도 그렇지. 그런데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재산을 나누어 가지려고 아버지를 해코지를 했다니.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그래서 두 딸아이들이 어렸을 때를 생각하다보니 자연히 부모님 생각이 나서 오늘의 메일은 두 딸아이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부모님에 대한 나의 마음을 메일에 담아 보냈는데, 그런 메일 보냈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를 가 되지를 않는다. 오늘 딸에게 보냈던 메일이다. 개인적인 메일을 이곳에 옮기기는 그렇지만, 아버지 된 입장에서 참으로 서글픈 심정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글을 써본다.

 

한 하늘아래 부모님이 살아계심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부모님이 생전 계신 분들은 아마 잘 모를지도 모르겠으나 이제 부모님을 같은 하늘 아래에서 뵈올 수 없음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인지 하는 깨달음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마음으로 메일이지만 옮겨 본다.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어린이 날이라 국경일이었는데

어떻게 보냈니?

 

아빠는 예전에 너희들과

환여공원에 가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던 모습

경주월드에서 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보문단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던 너와 동생의 모습을

할아버지와 함께 벤치에 앉아서

보고 있던 그날을 상기하면서 보냈단다.

 

그날을 상기하다 보니

이제는 뵈올 수 없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고

세월의 빠름을 인식하게 되더구나.

 

그 세월의 빠른 흐름이

우리집안에 이제는 어린이를 없게 했더구나.

 

너의 친가 쪽에도 외가 쪽에도

어린이날에 함께한 어린이가 없더구나.

 

작년까지는 이종사촌 혁이가 있었는데

혁이도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라고 해야 하겠지.

 

이제 너희들의 세대들이

결혼을 해서 3세들이 태어나야

다시 우리집안에 어린이들이 생기겠지,

 

물론 너의 친가의 유일한 사촌오빠인

준이 오빠는 슬하에 남매를 두었고

외가의 현이 오빠도 올 사월에 딸을 낳았으니

3세가 있기는 하다만, 아직은 어린이라기보다는

애기들이기 때문에 어린이날 혜택을 받기는 아직 이다.

 

이런저런 지난세월을 돌이켜 보노라니

덧없이 보냈던 세월들을 알차게 보내지 못한

아쉬움과 더불어 약간의 후회도 되더구나.

 

너도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에

아빠가 느끼는 것처럼 ‘그 시절에 이렇게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없으려면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히 하기 바란다.

 

 

 

☞ 오늘의 좋은 글

 

한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들.

           공지영 지음『지리산 행복하교』중에서

 

 

⚇ 생각하기 ⚇

 

위에 편지에서도 말했지만

어제 하루는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보냈단다.

         그러다 보니 여러 회한(悔恨)에 마음이 슬펐단다.

 

아빠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셨던

어머님은 고생만하시다가 저세상으로 가셨고

 

어머님이 살아생전에는 아빠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어머님에게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한 것이 회한이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조금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또한 자식으로서 회한으로 남았단다.

 

이제는 두 분 다 이 하늘아래 계시지 않으시니

뵈올 수도 없고, 무엇하나 해 드릴 수도 없구나.

 

어머니 살아계실 때에 지금 정도라도 되었다면

어머님에게 입은 은혜를 조금이도 갚을 수 있었으련만,

 

덧없는 세월의 흐름은 이제 어머님도 아버님도

한 하늘아래 있지 않다고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한없이 마음속으로 흐르는구나.

 

그리고 가 볼 수가 없어서 만날 수 없는

아빠의 누님, 너에게는 고모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마음이

아빠에게는 작은 행복을 주고는 한다.

 

누님의 지금 이북에 계신데,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는 알 수 없어도

아빠는 늘 살아계시리라 믿고 있고

언제가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겠지 하는

한 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있단다.

 

아빠의 이런 마음이 공지영 작가의

“한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이들.”이란 글에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어서 오늘 선택을 해 보았다.

 

딸아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렴.

공주

오늘도 아리아리!  딸아 사랑한다.

 

                                   2015년 5월 6일 수요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