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이참에 호모 에렉투스로 살아볼까 나

心田農夫 2015. 8. 3. 19:05

 

환경에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는 모두 위협이 됩니다. 빙하기, 가뭄, 대지진, 우주에서 날아오는 혜성과 유성 모두 위협입니다. 특히 유성은 공룡을 멸종시켰죠. 인간의 테크놀로지와 문화도 세계를 급격히 바꿔왔으므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미친 영향으로 세계는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극심하게 변화해 왔습니다.

                                                                    - 리처드 도킨스 -

                                마굴리스 에두아르도 푼셋 엮음과학자처럼 사고하기중에서

 

 

                                                                            <큰 딸이 쓰던 핸드폰>

 

 

70년대만 하여도 가정에 전화가 있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 당시 전화의 종류는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 하나는 백색전화라는 것으로 지금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듯 많은 돈을 주고 사는 전화를 말한다. 즉 개인 소유의 전화를 말하고 다른 한 종류는 청색전화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으로 보면 임대하여 쓰는 전화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그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도 전화를 놓으려면 전화국에 신청을 하면 바로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청색전화를 쓰던 가정에서 사정에 의해 전화를 반납하면 그 때에야 반납 받은 전화를 신청한 순서에 의해서 설치해 주었던 것이다. 유선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러했다.

 

반면 백색전화는 개인과 개인 간에 팔고 사고 할 수 있어서 그 가정의 부동산으로 볼 수 있었다. 많은 돈을 주고 사서 전화국에 이야기를 하면 바로 설치를 해 주었다. 백색전화는 부의 상징이요, 청색전화가 있는 가정은 지금으로 중산층이라 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종류는 길거리 부스 안, 다방, 레스토랑 등의 영업점에 설치되어 있던 전회로 여러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그 이름도 공중전화(公衆電話)라 불렀다. 공중전화는 지금도 간간히 보이기는 하던데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전에 지인이 보내준 복분자주를 시음하려 병을 들고 와인 잔에 따르다 그만 병을 놓치는 바람에 쏟아져지면서 핸드폰으로 일부가 들어갔다. 그날은 별반 이상이 없었는데, 다음날 좀 이상을 보이기에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이 기종은 단종이 되어 부속이 없어서 수리는 불가능하다면서 말려만 주겠다고 한다.

 

그 기사 분 10분쯤 지나자 말렸는데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며 이상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명함까지 주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늦은 출근을 해서 전화가 와서 받는데 통화중에 그만 끊기고 만다. 그래서 명함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나 햇빛에 놓아두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선풍기 앞에 걸어서 말려보기를 한 삼일 했는데, 괜찮은 것 같더니 조금 지나니 술이 들어가서인가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전화벨이 울리다 말고 상대음성도 들렸다 안 들리고 그것도 중간에 끊어지고 온 전화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것도 계속하여. 그래 건전지를 분해 놓고 말았다.

 

집사람 이참에 스마트폰으로 하나 사라고 하고, 인원이 얼마 안 되는 동기회니 돌아가면서 하자는데 안하면 어떻게 하나며 억지로 맡겨 회장감투(?)를 쓰고 나니 여부회장님, “회장님 스마트폰 하나 사세요. 카카오톡이나 밴드로 소통하면 간단한데 회장님은 안 되니하신다. 그동안 017 번호로 잘 써왔는데 대안이 없다.

 

스마트폰은 영 마음에 없다. 어디에서나 보게 되는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 왜 그렇게 꼴사나운 지. 기계가 사람에게 필요해서 갖고 다니는지 기계에 노예가 되어서 끌려 다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스마트폰의 기능을 반이라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어느 중년여성은 끄고 켜는 방법도 모르는 분을 보았고, 스마트폰에서 메일이나 G메일 등 보내는 방법을 묻는 분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나로서는 모를 수밖에 스마트폰을 사용해보지 않아 모른다하면 원시인 보 듯 한다.

 

메일로 온 안랩시큐레터를 보니 나는 원시인이 맞는 것 같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이 지구를 스마트폰 행성(planet of the phones)’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이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어려운 세대가 됐다면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애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포노 사피엔스란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는 뜻으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댄 말이란다. 인간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다시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을 거쳤듯이 휴대전화도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니, 전화기도 진화를 하는데 진화의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니 원시인이 아닌가.

 

 

                                      <작은 딸이 쓰던 핸드폰>

 

포노 사피엔스는 역설적으로 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힘든 시대가 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포노 사피엔스에 세대라는 단어가 덧붙어 스마트폰 없이 생각하거나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라는 뜻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노모포비아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노모포비아란 노 모바일폰 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로,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가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노모포비아의 대표적인 증상은 권태, 외로움, 불안함이며 하루 세 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노모포비아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안랩시큐레터>에서 인용

 

 

 

                                                                               <문제의 내 핸드폰>

 

 

그렇게 휴대폰 없이 일주일 정도 지냈는데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겠다. 퇴근 후 집으로 전화를 한  지인 하는 말씀이 무슨 일 있으세요?”하신다. 전화를 하니 고객이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란 음성이 흘러나와서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단다. 몇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휴대전화를 쓰기는 써야 할 것 같은데, 꼭 스마트폰을 사야 하나 생각을 하다.

 

문뜩 딸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남아있는 폰이 있어서 가지고 갔더니 내가 쓰고 있는 것은 SK인데 하나는 LG라 안되고 다른 하나는 KT라 안 된단다 며 새로운 기기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번호를 바꾸지 않고 쓸 수 있는 폰이 매장에 딱 한 대가 있는데 240,000원이란다. 멀쩡히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데,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안 된단다.

 

기능상에 문제가 전혀 없는 멀쩡한 휴대전화기가 두 대나 있는데 단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용을 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자원의 낭비인가. 내가 스마트폰을 안 쓰는 이유는 번호가 바뀐다는 것이요. 둘째로 스마트폰이 별 필요성을 못 느낀 다는 것이다. 그래 이참에 아예 휴대전화를 해약하고 안 쓸까 생각 중이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듯해서이다.

 

나는 내가 생각을 해보아도 원시인인 것 같다. 지금도 잉크를 넣어 쓰는 만년필로 일기를 쓰고 간간히 지인이나 딸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 편지를 받은 지인은 전화로 편지 잘 받았다고 하고 두 딸의 답은 편지가 아니라 문자로 답을 해 온다. 이렇게 이 시대에 뒤쳐져 살고 있으니 원시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