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시와 그림, 시인과 화가가 농부에게 왔다.

心田農夫 2015. 8. 12. 19:00

 

모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 모처럼 내리면서 세차게 내리면 좋으련만 조금은 지저분하다 할까? 그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면 왠지 모를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은 기다림으로 변하고 그 기다림은 올 전화도 없는데, 혹이나 하고 전화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렇게 비, 그리움, 외로움, 기다림이란 단어 끝에 떠오른 시 한편이 있다.

 

 

 

 

 

비오는 사람

 

              정 호승

 

그대 빈들에

비오는 사람

 

술도 집도 없이

배고픈 사람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위하여

떠나가는 사람들의

옷 적시는 사람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더니

 

빈 집에 새벽부터

비오는 사람

 

 

 

 

어제 동기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돌아가면서 하자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떠맡은 회장직. 늘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만 하고 헤어짐이 못내 아쉬움과 허전함이 있었기에 무엇인가 조금은 변화를 주고자 두 달에 한번 모이는 정기모임에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 손수 만든 생일 카드와 책을 한권씩 생일 선물로 전했다.

 

생일을 맞은 여()회원들에게는 시집을 남()회원들에게는 에세이를 선정해 선물을 했다. 요즈음 책을 안 읽는 추세이다 보니 읽는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어제는 정기모임에 책을 전할 두 분이 계셨는데, 한분은 생일이 지나셨고 한분은 오는 18일이 생일이라 두 분에게 책 선물을 전했다.

 

 

 

 

 

 

 

사 랑

 

                    정 호 승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합니다

 

 

 

 

 

 

()회원에게는 송정연송정림의 아버지는 말하셨지와 여()회원에게 정호승 시인의수선화에게를 구입을 해 문방구에서 포장지를 사다가 손수 예쁘게 포장을 하여서 모임시간에 전달을 하였다. 모든 회원들이 좋아하기는 하는데, 책을 읽는지는 모르겠다.

 

정호성 시인의 시집은 오래전에 한 권 구입하여 본 적이 있는데, 제목도 잊였고 책장에 없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인가보다. 이번에 구입한 책은 그림과 함께 시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박항률 화백의 그림 50점만 감상을 한다고 해도 그 값으로는 어림도 없으련만,

 

거기다 42년간 발표한 정호승 시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수선화에게> <비오는 사람> <미안하다> <선암사> <사랑> 등 선별한 대표작 101편의 시()를 함께하니, 화가와 시인이 작품을 위해 한 고뇌를 생각하면 너무도 싼값을 지불하고 시와 그림을 감상하자니 너무 염치가 없지만 독자로서는 너무 행복하기 만하다. 시와 그림, 시인과 화가가 농부를 찾아와 주어서 너무도 행복하다.

 

 

 

 

 

 

수선화에게

 

                    정 호 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디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아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아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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