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두기

사랑하는 까닭을 말하는 시인

心田農夫 2021. 3. 29. 18:04

                                           사랑하는 까닭

 

                                                                         한 용 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微笑)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健康)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만해는 사랑하는 이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까닭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사랑에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하면서 이 시를 음미했다. 만해는 사랑하는 이유에 대하여 다른 이들은 나의 홍안을 사랑하고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고 건강한 나만을 사랑하려고 하지만,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고 내가 흘리는 눈물도 사랑하고 나의 죽음까지도 사랑하기에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하는 까닭이라 말한다. 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사랑 상대의 슬픔도 상대의 백발도 상대의 죽음까지도 사랑하는 사랑, 대영제국의 왕 에드워드 8세는 사랑을 위해서 왕위를 포기하면서까지 심프슨 부인을 사랑했다.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 사랑의 기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즉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랑받는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신화에 의하면 신이 인간을 처음 창조하였을 때는자웅동체(雌雄同體)’로 만들었으나 그 힘 워낙 강한 것을 보고 두려워 신은 자(, 암컷)와 웅(, 수컷)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즉 한 몸이었던 인간을 여자와 남자로 따로 떨어지게 하였다는 것이다. 자웅동체 신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기독교 경전에도 있다. 창조자인 신이 흙으로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고 코를 통해 생기를 불어넣으니 생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사람이 혼자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 신은 그를 잠들게 하여 그의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즉 처음 사람은 혼자였으나 남자와 여자로 나누었다는 것이니 자웅동체 신화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반쪽을 찾는 헤매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고 하는 것이리라.

 

 

 

 

만해가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란 상대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상대의 부족한 것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즉 사랑이란 남는 것으로 상대의 부족한 것을 채우고 상대의 넘치는 것으로 나의 부족한 것을 채워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은 자웅동체(雌雄同體)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고자 함이 아다. 이런 사랑이 참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