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心田農夫 2006. 6. 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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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깨끗하지 않은 것을 씻어주신 은혜



꽃보다 아름답던 지난날의 그 얼굴과

아리따운 그 몸매는 풍만도 하셨어라


양미간의 두 눈썹버들잎 같으시고,

두 뺨의 붉은 빛은 연꽃도 부럽잖네,


은혜가 깊을수록  그 모습 꺾이어서

기저귀 빠느라 거칠어진 손과 발로


오로지 아들딸만 사랑하고 거두시다

자비하신 어머니는 얼굴모습 변하였네.






세월의 흐름은 보릿고개라는

말도사라지게 하였고

 

그 예전에 배가 많이 고파서

물로 배를 채웠다하면

 

요즈음 아이들 말하길

라면 끊여 먹으면 되지,  말을 한다.

 

그 만큼 먹을 것 입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이야 세탁기가 있어 빨래를 대신해 주고

기저귀도 일회용이 있어 얼마나 편하던가.


그러나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일회용기저귀와

지금같이 좋은 천의 기저귀는 없었고

 

광목이라는 천으로 기저귀를

만들어 쓰고 아기가 배설을 하면 빨아서

연탄불에 삶아서 말려 다시 쓰고는 했다


그것뿐이랴 모유가 아니면 애기를 먹 일수 없어서

모유가 부족한 산모는 이웃의 어머니에게 젖을 얻어

먹이러 가고는 했다


그것이 젖동냥이라 했던가.


그러나 요즈음은 분유도

그 종류가 너무도 많고

이유식이라는 것도 있어

예전에 비한다면 얼마나

아이들 기르기가 편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장난감이라고는 사금파리주어 엄마 아빠 되어

소꿉놀이에 동글동글한 돌 주어서 공기놀이하고

납작한 돌 가지고 땅 따먹기 하는 것이

장난감의 다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매일을 맨땅에서 뒹굴 수밖에

그러니 옷의 꼴이 어찌되었겠나.


지금이야 옷들이 많아 갈아입으면 되고

빨래는 모아다 세탁기에 돌리면 되지만


그 때는 옷도 한 벌 내지 두어 벌 정도이니

옷을 버리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혼쭐이 난다


지금이야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물이 나오지만

그 옛날에는 한겨울에도 찬물로

그것도 지금이야 흔하디흔한 고무장갑.


어머니는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얼음장 같은 찬물에

그 더러워진 옷을 빨아야 하셨다.


오직 내 자식 깨끗이 입히시려고

손이 터서 피가 나와도

아프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더러워진 옷을 빨아 찢어진 곳은 기우고,

그리고 다리미로 다려서

나를 키워 주셨다.


그러니 나야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이란 말에

어머니의 은혜를 생각할 수가 있으나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야

옷을 빨아주는 것이 무슨 은혜라 하지 않을까?


호롱불 밑에서 둥근 공을 넣어 양말을

기워주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눈앞에 아른 거린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