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식물에게 사랑의 손길을 주니

心田農夫 2006. 7. 3. 20:55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하고

특별히 별 계획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모처럼 뒹굴뒹굴했다


그러다 아파트 베란다 앞쪽에 마련한

한 평 정도나 됨직한  화단? 이

어찌나 무질서하게 보이던지 망설이다


장갑을 끼고는 뽑을 것은 뽑고

다듬을 것은 다듬어 정리를 했다


집사람이 차 한 잔을 가져다주면서

진작 좀 하지 그랬냐 하며 좋아한다.

 

고향이 서울인 나는 항상 땅이 그립다

그리고 그 땅을 발판으로 푸르름으로 활짝 핀

녹색의 식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화분을 하나둘 가꾸다보니 

크고 작은 것을 합쳐서

한 오십 개쯤의 화분이 있다

 

학창시절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얼굴이 검게 타서 나타나는 친구들을 보며

어디서 그렇게 얼굴이 타냐고 물으면


외할머니 댁이나 외삼촌댁 등

시골의 친지 집에 다녀온 것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었다.


아버지는 고향이 이북이고

남쪽으로 피난 오셨다

그래 이곳은 친척이 없다

 

이북에는 백부님을 비롯하여

사촌 형들이 있고

이모도 다섯 분이나 있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모르는

나의 누님이 한분 계시다


두 형님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 오면서

터전을 잡으면 누님을 데려오겠다. 하셨으나

 

그만 삼팔선이 막혀 할아버지에게 맡겨졌던

누님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생존의 여부도 모르는 채 이산가족이 되어

아버지는 가슴에 한을 갖고 살아가신다.


서울에 와서 나를 낳으셨으니

누님은 나의 태어남을 모르신다.


그래서 시골의 생활도 시골의 운치도

느껴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항상 시골생활을 그리워했고

지금도 전원생활이 꿈이고 희망이다.


이제 나이도 많고 돈도 많지 않으니

그 꿈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

한 평쯤의 베란다화단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입주하면서 화단 가꾸는 전문가를 불러서

돈을 주고 예쁘게 화단을 만들더라. 만서도


나는 손수 기르던 홍콩야자, 종료나무, 선모, 철쭉,

군자란, 허브, 옥잠화 등을 화분에서 뽑아서

가꾸어 놓았었다.


그 화단의 화초들이 그 동안 손질을 못했더니

어수선해보였는데 


잠시의 농부의 흉내를 내어

사랑의 손질을 해주니 화초들도

나에게 다시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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