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안 먹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던 내가
오늘아침까지 사흘을 아침을
거른 채 출근을 했다
신혼 초에 집사람에게 말했었다
부부 싸움을 해도 아침만은 챙기라고
그래서 인지 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아침을 안 챙긴 적이 없다.
전날 부부싸움을 했어도
밥을 해서 차려놓고는
먹으라는 소리는 안 해도
꼭 아침을 차려 주었는데
월요일부터 딸아이가
학기말 시험을 본다고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한다.
아버지로서 공부하는
아이를 두고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책상에 앉자
책을 보다 졸다 하다보면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잠을 자려고 인사를 한다.
“아빠, 안녕,”
“그래 다 했니,”
“예, 다 했어요.”
딸아이 방으로 같이 가서
불을 꺼주고 와서는
나도 잠자리에 드는데
그게 보통 새벽 세시에서
세시 삼십분쯤이다.
늦게 자다보니 늦게 일어나게 되고
그러다보니 딸아이 학교까지
태워다 주어야 하는 데
워낙 밥을 천천히 먹는 나로서는
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
그 시험이 오늘이야 끝이 난다
살아가면서 시험이 없을 수야 없게 지만
하나의 시험점수로 학생을 판단하는
우리의 교육이 옳은 것인지 생각을 해 본다.
학교 일등이
사회의 일등일 수 없고
시험의 석차가
인생의 석차는 되는 것은 아니니
공부도 적당히 하고 잠을 자라고 하면
나의 이런 생각에 동조는 하면서도
자기가 정해 놓은 것은
스스로 하고야 잠자리에 드는
큰 딸아이가 대견스럽기는 한데
잠도 못자면서
시험에 치이고 있어서
안타갑기만 하다
오늘 저녁은
조금 일찍 퇴근을 해서
시험에 지친 딸아이의
피로를 풀어주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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