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둘째 딸아이의 생일

心田農夫 2006. 7.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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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아이의 시험으로 온통 신경을 쓰다 보니

이런, 작은 딸아이의 생일을 그만 잊고 말았다


시험기간은 왜 그리도 일찍 학교를 가는지

아침도 못 먹고 데려주고는 했는데

시험인 끝나고 나니 오늘은 평상시처럼

학교에 가면 된다고 한다.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식탁에 가서앉다가


아니 오늘 누구 생일인가?”


평소보다 조금은 풍성한 아침상을 보고는

물었더니


작은 딸아이의 생일이란다.

아! 그렇지,

생일 날짜도 기억하기 쉬운 7월 7일인데,


음력 칠월 칠석이라 하면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


그래서 양력의 7월 7일 이지만

여지 것 한 번도 잊고 지낸 적이 없건만

온통 큰아이의 시험에 정신을 쓰다 보니


작은 딸아이의 방으로 가보니

벌써 혼자 밥을 먹고는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예쁜 딸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는 말했다,


“딸, 아빠가 생일 선물을 준비 못했는데

  미안하고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 있으면

  학교가 갔다 와서 아빠한테 전화해“ 하고는


방을 나와 식탁에 앉자 서

오래 만에 아침을 먹으며

집사람에게 말했다


“어제 좀 이야기해주지 잊고 있었는데”


했더니 


“애들 생일인데” 한다.


“이사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생일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해주냐 못하냐가 중요한 것이야“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해주고 생각해준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작된 객지생활

보이지 않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허전함이

늘 함께 하였는데


명절이나 특히 생일날은 왜 그렇게

쓸쓸한지 사무치게 어머니가 그리웠다.


미역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를 위해서

항상 내 생일 날은 한입에 들어가게

조그마하고 앙증맞기도 한

만두를 손수 빚져 끓여 주시고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들어있는 여러 음식들로

내 생일을 준비를 해주시고는 했는데


고향을 떠나 있으면서

생일은 잊고 살아야 했다


생일 그것이 별것은 아니지만

그날을 누군가 기억을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을 좋게 하는지

집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자신의 생일날은

그 누군가의 축하를 받고 싶은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가까운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데

특히 집사람의 생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은 한 번도

잊지를 않았고


매년 꽃과 생일(결혼기념) 케이크

그리고 저녁을 외식으로 보내고 있다.


그런데 집사람은 두 번이나

나의 생일을 잊고 지냈다


별 것 아닌 생일이고 남자이지만

그것이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누군가 나를 기억 해준다는 것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생일이 아니라도

살아가면서 나와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


인연 속에서 만나고 헤어졌을 테니 말이다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가


그 소중한 만남을 더 소중히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맞는

작은 아이의 생일


오후에 어떤 선물을 사다달라고 할 지

작은 딸아이의 전화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