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변하여 가면서
정겹던 이웃사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즈음 세태에
나는 집이 아닌 직장에 좋은 이웃이 있어 좋다.
내 직장 길 건너에서 소아과 의원을 경영하시는 원장님이다
바로 마주보고 있어서 간혹 환자가 뜸할 때면 2차선의 길을
성큼성큼 건너오셔서 차 한 잔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환자가 오면 다시 건너가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리시고는 다시 건너오신다.
병원의 일층은 진료실이 있고 2층에는 물리치료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3층에서 살림집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네 식구가 살고 있으시다
지난 토요일에 주택에 대청소를 하신다면서
사모님이 땀을 흘리면서 건너 오셔서는 냉커피를
한잔 달라는 것이다
타드렸더니 시원히 마시시고 청소를 마저 한다면서
가시면서 이따 좋아 하는 것을 갖고
올 테니 기대 하라고 하신다.
한 시간쯤 지난 후에 비닐봉지에 넣은 통을 내민다.
무엇이냐고 하니 작년에 담은 김장김치라 한다.
며칠 전 저녁을 같이하자 하기에 갔더니
김치찌개를 끊이고 포기김치 한 잎에
돼지고기를 넣고 말아서 만든
꼭 김밥모양의 반찬을 내 놓아
먹어보니 맛이 있었다.
무슨 김친데 아주 잘 삭아내요 하니
작년에 담은 김장김치라 한다.
아니 한여름에 웬? 김장김치냐 했더니
공기가 안 들어가게 보관만 잘하면
이렇게 늦게 먹어도 맛이 있다는 설명이다
나는 원래 방금한 생김치보다는
발효가 잘되어 삭은 김치를 좋아한다.
몇 번의 초대로 나의 식성을 아시고는
김치를 개봉하면서 저녁에 초대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맛있어하니 그 김장김치를 담아
한 통을 가져다주었다
어찌나 맛이 있는지 아이들도
맵다면 서도 다른 김치는 안 먹고
그 김치만 해서 밥을 먹는다.
정말 과학이란 신기하다
작년에 담았으니 반년도 더되었을 텐데도
냉장고 온도를 잘 유지하고 밀봉을 잘하니
물커지지 않고 아작아작 한 것이
갓 담근 김치 같다
방금 담근 김치야 싱싱한 맛은 있어도
김장김치 같은 상큼한 깊은 맛은 없는데
이것은 방금 담은 김치처럼 씹히는 맛도 그렇고
양념 맛이 골고루 재대로 스며들어 있는
그 맛이라니 말과 글로는 표현이 안 된다
날씨도 오락가락 밥맛이 없었는데
좋은 이웃 덕에 며칠은
밥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그래 우리의 선조들이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이웃사촌이라 하셨나보다
나에게는
나를 기억해주는 이웃 그리고
생각해주는 사촌이 있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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