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형님, 참 부럽습니다.

心田農夫 2006. 8. 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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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 삼년 전쯤으로 기억이 된다.

퇴근을 해서 들어가니 처제가 와 있었다.


갑자기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시부모님을 모시기로 해서 모시기전에

며칠을 쉬려고 왔다는 것이다


그럼 어머니 계신 친정으로 가야 편히 쉬지 했더니

우리 집이 더 편할 것 같고

언니와 이야기도 할 겸해서 왔다며

며칠 쉬어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얼마든지 푹 쉬어가라고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나는 다음날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서

「내훈(內訓)」이란 책을 사들고 들어와

처제에게 주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했다


「내훈(內訓)」은 엄격하고 예의바른 성품에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한

소혜왕후((昭惠王后)한씨(韓氏)가

조선 성종(成宗) 6년에(1475)에 부녀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펴낸 책이다


앞으로 시부모님을,

그것도 시어머님은 병환 중이셨다

모시자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생길 것이고 답답할 때도 있으리라

 

그 때마다 책의 글을 생각하면서

참고 사노라면 복 받고 집안이 화목할 테니

옆에 두고 보라면서 내훈을 건네주었다


그 때는 자신의 집도 없어 남의 집에서

세 들어 살면서 시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은

쉽지만은 아니 일 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시어머니를 모신지 몇 년 후 돌아가시고

홀로 된 시 아버지를 모시면서


직장도 다니며 억척같이 생활을 하더니

시동생도 결혼을 시키고

시누이도 시집을 보내더니

집도 장만을 했다


그 동안 미루어왔던 둘째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첫째와 둘째아이의 터울이 9년이다)

시동생 내외를 불러서 해산 할 때까지라도

아버지를 모셔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더니

 

우리는 신혼이니 모실 수 없다며

한마디로 거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 동서도 애를 가지게 될 테니

그 때는 내가 다시 모 실테니


애를 낳고 몸조리 할 때까지만

모시라고 했는데도

못 모시게 다는 것 이었다


몸조리를 위해서 친정어머니가 와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홀로된 시아버지인 밖아 사돈과

친정어머니인 안사돈이

한 집에서 같이 하기가

어디쉬운일인가 


처제는 큰아이를 가졌을 때도 입덧이 얼마나 심했던지

나이 들어 애를 가진 집사람에게 와서 몸조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장모님을 집사람이 처제에게 가라고 했을

정도로 많이 힘들어 했었다


출산을 앞두고 대안으로

집 근처에 거처를 얻어 게시게 하고

나중에 다시모시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그 대로 따로 계신다는 것이다


이번에 집에 와서 맥주를 한잔하면서

동서에게 어른의 안부를 물었더니


생활비도 더들어가고 도리(道理)로 보아도

이제는 한집에서 모셨으면 싶은데

처제가 지금같이  따로 계시게 하면서

모시겠다고 하며 고집을 꺾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 계신 곳과 거리는 한

200미터 정도이라지만

그래도 한 집에서 모시는 것하고야

어디 같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동생도 아니고 처제이니

내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도 못되고 그냥 맥주만 마시니


동서의 한마디
“형님이 참 부럽습니다.” 한다.

그렇다, 동서는 장남이고 나는 막내다.


장남인 동서의 입장에서 보면

막내인 내가 아버지와 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앞으로 살아 갈수록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노령화 사회가 되어가는 데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막 시작한 사회복지란 학문

이 화두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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