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나는 고리타분한 중년인가보다

心田農夫 2006. 8. 31. 11:03
 


작은 딸애가 청학동으로 야영을 가기로 정해진 날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고 했던 것을

필름카메라가 몇 대나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가라고

말했더니 “아빠는 요즈음 필름카메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한다.


“야! 없으니까 네가 가지고 가면 얼마나 멋져 보이냐,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개성이 있지

  요즈음 개성시대 아니니 ”


알았으니 가지고 가서 잊어버려도 되는 것으로

골라서 하나 달라고 한다.


그래도 창피해서 안 가져가겠다는 말은 안하고

가져가겠다는 것이 대견하다생각을 하면서도


야, 잊어버려도 되는 것이 어디 있어

잊어버리면 안 되지 했더니

만약에, 만약에 말이 예요


잊어버린다고 생각을 하면 잊어버리는 거야

그러니 그런 생각 하지 말고 가지고 가고

가져갔다가 잊어버리면 어쩔 수없는 것이지 하며

36판 필름을 두통을 주어서 보냈더니

한통도 다 못 찍어 가지고 왔다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그래도 이것저것 찍어 가지고서

2박3일의 야영을 잘 마치고 돌아왔었다

그리고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달라는 말은 안 한다


그런데 내가 이리저리 블러그 마실 다니다보니

어쩌면 그렇게들도 예쁜 사진들을 올리는지

나도 디지털 카메라  하나 장만 할까하던 중에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형님, 시간 있으시면 좀 들리세요,”

그래서 “퇴근하면서  들릴게”하고는 퇴근을 해서

들렸더니 디지털 카메라 필요하면  하나 싸게 구입해

준다기에 그러라하고 돌아왔는데

어제 도착했다고 해서 가지고 왔다


집에 오니 두 딸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작은 딸아이는 가을 소풍에 가져가도 되냐고 묻는다.

그럼 쓸려고 사는데 너희도 쓰고 아빠도 쓰고

소풍 갈 때도 가지고 가고 사진 찍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져다 찍어라 했더니


큰딸에가 “아빠, 내방에다 가져다 놓아도 되요”한다

그래라 했더니 얼른 제방으로 가져가

인형도 찍고 화분의 꽃도 찍으며 참 재미있어한다


필름카메라는 찍고 나서 사진이 나올 때까지 궁금했었는데

찍고는 바로 볼 수가 있으니 참 좋은 가보다

하나 찍고는 가지고 와서 보여주고 지우고 하면서

너무 좋아  한다.


저렇게 좋아 할 줄 알았으면 진작 사주는 것인데 

역시 나는 시대와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중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