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아니 볼 것을 보았네 그려

心田農夫 2006. 9. 5. 11:55
 

아침에 딸아이를 학교근처 아파트에 내려 주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차한대가 급하게 내 앞을 지나 섰다


한 백 킬로 그램쯤의 뚱뚱한 사람이 비틀대며 내리더니

차문도 안 닫고는 급히 담장 모퉁이를 돌아서서는

양쪽 엉덩이가 다 보이게 옷을 내리고 

 

아파트 담에다 실례를 하기 시작하기에

내렸던 차창을 올리고는 신호등을 주시했다


그곳은 한 120cm정도의 높이로

큰길의 인도와 마주한 담장이다


그리고 그곳은 큰길에서 아파트로 들어서서

학교로 가는 여중생들의 통학로 이기도하다


이이삼삼 짝지어 이야기하며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 어머머 하며 놀라서 뛰어서 지나간다.


그곳은 바로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들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입구라

신호를 기다리면서 보기 민망하여

창문을 올리고 신호등을 보고 있다가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이 들어

이아침에까지 만취하도록

저토록 술을 마섰을까 하면서

고개를 돌려서 그 사람을 보니


그 사람은 세상 살기가 힘이 들어 마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려고 본 것은 아니지만

 

바로 나의 차 오른쪽 차창 옆이라

자연히 고개를 돌리니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았는데

아, 글쎄 그 사람의 왼쪽 엉덩이 위에는

그 사람과는 전혀 어울린 것 같지 않는

난(蘭)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蘭)하면 얼마나 고고한 자태의 고상한 화초인가

그 고상한 난(蘭)의 모습이 문신이란 이름으로

 

그 사람의 왼쪽 엉덩이에서

난잎들이 시원스레 쭉쭉 뻗어

한 폭의 동양화? 가되어 있었다.


이이삼삼 짝지어 지나는 학생들이

한 십오륙 명이 줄지어 지나고 있고

약간의 행인들이 지나고 있었으나

그 사람의 눈 안에는 전혀 비쳐지지 않나 보다


술에 취해서일까?

볼일이 너무 급해서일까?

아니면 그 마약이라는 것이라도 한 것일까?


어쩌면 저러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도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는 이아침에 말이다


맑고 상쾌한 아침이요

희망의 아침이 아니던가.

열심히 살아가도 살기가 힘이 드는 요즈음에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도 힘이 드는 현실인데


한번 지나면 다시는 올 수없는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저렇게 허비 할 수가  있을까?


내일이면 또 태양은 뜨고

지고 나면 다시 뜨겠지 생각하는 가보다


어제의 시간이 오늘의 시간과는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조차 모르는 것일까?


이 시간이란 놈은 쉼 없이 흐르고 흘러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그 사람이 시간의 귀중함을 깨달고

절망의 늪에서 헤치고 나와  이아침처럼 활기찬

자신을 가꾸어 갔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자신의 엉덩이에 그려져 있는 그 활기차게 뻗어있는

한 폭의 난의 잎처럼 고고하고 고상한 삶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