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의 작은 정원

한권의 시집이 준 여유

心田農夫 2006. 9. 22. 11:30
 

높은 하늘

뭉게뭉게 구름

보라하심일까


잠시 멈추어

나무한번 보라 하심일까


정신없이 사는 것만

같아 보였음일까


그래 잠시 잠깐 생각하니

정말 바쁘게만 사는 것 같아

하던 일 멈추고 창문 넘어 하늘 보니


어느새 높아진 하늘

그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뭉게뭉게 옹기종기 모여 있네.


아주 잠시 잠깐 보았는데

이 마음이 넓어짐만 같으니

역시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하여야 하는가보다


봄에도 한참 바삐 살고 있을 때

살며시 문을 밀고 들어오셔서

건네주시던 조그마한 시집

詩하늘

맨 밑에 글하나 바뀌었네.

봄에서 가을


가을이 왔다고

알려주는 고마운 시인들

받아들고 쭉 흘어 내려가네.

84쪽에 낯익은 그 이름

얼른 펴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옛이야기 같은


        김 미선(시주머니)


아버지 떠나고

그 이듬해 봄이던가.

장대비가 몇 날 며칠오고

꽃도 빗물 속에 피었다 져버리고

꽃잎 따라 흘리던 붉은 눈물

꽃 져 가는 세월이여 따르지 못한 아픔이여

빚물인지 꽃물인지 뒤범벅으로 흘러내리던

꽃의 세월은 왜 그리도 짧은 것인가

꽃은 지고  못 잊을 사람만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비추는데

하늘은 빗물로 나의 마른 삶을 씻고

인생사 어디에도 없었던

아득한 봄날에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앞산만큼 사랑해 본 날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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