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그리고 그 속의 이야기

불효만 하는 못난 자식

心田農夫 2006. 10. 20. 11:31
 


며칠 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깜빡하고는 아침에 일어나니 생각이 난다


아참, 그렇지 오늘이 맞지 싶은데

달력을 보니 글씨가 너무 작어서 보이지를 않는다.


불을 켜서야 양력의 큰 글씨 밑의 작은

음력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


오늘이 음력으로 29일 이니 맞네,

혹시 집사람이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가니

식탁에서 큰 딸이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보니 만둣국이 있다.


그래도 집사람이

잊지는 않았나보다

우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면장으로 가서 씻고는

식탁으로가 거의 다 먹어가는

딸아이와 마주 앉아서는 


딸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했더니

“할아버지 생신이요.”한다


그래 알고 있었구나.

알고 있는 것만으로 대견하기만하다

저녁에 선물을 준비해라 하려다 말고는

수저를 듣고 먹으려고 보니


그래도 집안의 어른의 생신인데

너무 초라한 식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둣국에 잡채 그리고는

조금  큰 접시에 담김 여섯 가지의 나물

그리고는 달랑 김치가 다라니,

왠지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생전에는 식구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하셨다


어머니는 시루에다 콩나물과

숙두 나물을 손수 길으시고


아주 바쁜 일이  아니고는

반듯이 맷돌에다 콩을 갈아서 끊여

간수를 넣어 두부도 손수 집에서 만들어

만 두 속으로도 쓰시고  두부로 여러 가지

생일 음식을 만들고는 하셨다


우리는 이북이 고향이다 보니

생일날 미역국보다는 만둣국을 해서는 먹었다.

 

딸이라고는 없다보니 어머니 혼자서

한 입에 들어가게 자그마한 만두를

예쁘게 비지시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그렇게 준비를 해서 먹었던데 비하면

오늘의 아침은 너무도 초라하기 만하다.


직장생활에 가정생활, 아이들의 뒤 바라지 등등

일인 다역을 하는  집사람이다 보니

모든 것이 쉽지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

마음 한편 조금은 섭섭함도 있다.


그래도 막내며느리로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시아버지를 모시는 것만도 너무도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모시는데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 말을 하지를 않는다. 

 

매년 똑같은 일은 반복하면서도

매번 똑같은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래 항상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 오늘도 혼자서

점심을 드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안 좋아서 싫으시다는 것을

모시고 같이 출근을 했다


점심이라도 대접을 하려고,

점심시간 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 앞 의원에서 링거주사와 함께

영양주사를 놓아 들리고 있다.


의원의 사모님이 보시더니

할아버지가 많이 마르셨다고 한다.


이제 나이 때문인지

식사량도 줄어들었고

매일 혼자서 집에만 계시니

운동부족도 있으시겠고

점점 살이 빠지는 것만 같았는데,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며칠 전 농촌의 독고노인들을 보고 와서는


그래도 우리 아버지는

자식과 한집에서 생활을 하시니

행복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벌써 86세이시니, 이제 얼마나 사실런지

조금은 더 잘 모셔야 하겠다는 마음이다.


저녁에 집사람이

생일 케이크를 사오겠노라 했으니

아이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나누면서

마음이나마 기쁘게 해드려야겠다.

 

딸아이들이 조그마한 생일 선물이라도

마련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한다.


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86회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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