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살아가는이야기 668

다시 보니 반갑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 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無所有)의 역리(逆理)이니까. 법정『무소유』중에서 ‘무소유’일부 옮김.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올린 것..

사랑은 인생을 성숙시킨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존재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이러한 적극적 관심이 부족한 곳에는 사랑이 없다. 주는 행위로서 사랑하는 능력은 개인의 성격 발달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성격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달되어 간다는 그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중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인간의 절실한 욕구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이 고독의 시작은 신의 착각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生靈)이 된 지라, (창2:7)”“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이 ..

비 오는 날의 사색

우리는 생애의 중요한 요인인 ‘의지’라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결정이며 판단이고 약속이다. 사랑이 단지 감정이라면 서로를 영원토록 사랑하겠다는 약속의 근거는 사라지고 만다. 감정은 생겼다가 없어질 수 있다. 에리히 프로의 『사랑의 기술』중에서 토요일 늦은 출근을 하는데 차 앞 유리에 토닥토닥 빗방울이 줄지어 내린다. 주오일제 근무가 시행되기 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일주일 중 가장 손님이 많은 날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같은 업종의 협회에서 둘째와 넷째 일요일을 공식 휴업으로 정했었는데, 그마저도 쉬지 않는 날이 다수였다. 그러던 것이 주오일제가 시행되고는 주말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그런 주말인 오늘인데, 비까지 추적이고 내리니 오늘은..

그가 그리운 날이다

친구야, 돌아오렴. 친구야 오늘도 나는 보고 듣고 말하며 지구에 산다. 영일대 바닷가 이 층 정자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보며 너와의 옛일들 떠올려 본다 너울 파도를 보니 방파제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하얀 포말의 죽음 되었다 다시 푸른빛 바닷물로 부활하던데 친구야 은하 여행 가던 발걸음 돌려 다시 지구별로 걸어 돌아오렴. 저 파도처럼 마지막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 전날 여행하며 소주 한잔 나누자 했던 그 약속은 어이하고 혼자 떠나야 했니 친구야 넌 오늘은 보지도 듣지도 말도 못 곳에 있구나 이란 글을 올리고 퇴근하여 친구가 그리워 지난 일기장을 들쳐 보니, 친구를 떠나보내고 돌아온 다음 날 영일대에 앉자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렸던 그 날의 일이 위의 글과 함께 적혀 있었다. 어제도 그 친구가 그리워 일기장을..

봄소식 전해주는 매화

시샘 봄 처녀 사뿐 오시는 길목 동장군 심술궂은 시샘으로 눈꽃 휘날리며 길목 막아서네 인간만이 시샘이 있나 하였더니 계절도 시샘이 있다 하더이다 막는다 한들 오는 시절 되돌아가랴? 동장군 하얀 눈꽃 시샘에도 봄 처녀 매화 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자 철없는 동장군 시샘에 배시시 웃음 짓네 1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점심을 먹고 집에서 좀 떨어진 거리의 철길 숲으로 산책에 나섰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직장에 근무하는 회사원들과 공무원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근무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처지에서는 토요일에 쉴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은 낫은 편이다. 전에는 쉬는 날이 없이 365일 영업을 하다 같은 업종의 협회에서 첫째, 셋째 일요일만 점포 문을 닫고 쉬기로 정하고 나서 한 달에 두 번의 휴무일을 가졌었..

마음 치유법, 글쓰기와 독서

세모(歲暮)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중에서 작년 한 해는 여러모로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도 어려움의 하나였지만, 평생 목표했던 꿈이 성취를 목전에 두고 한 인간의 갑질로 인하여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 다반사였고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과 화를 내고는 했다. 그리고 우울한 마음이 지속되고 생활은 안정을 잃어가고 산다는 것이 무의미한 것만 같았다. 그러한 무기력증이 제2 시집과 서간집 출판하려고 세웠던 계획과 십여 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려던 10년의 독..

탁상공론 행정명령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이다. 백성들의 생사(生死)와 나라의 존망(存亡)이 달린 길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손무의 『손자병법』 중에서 위의 글은 손자병법에 있는 글이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 글을 쓰면서 인용한 것은 지금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에 손자병법에 있는 이야기를 인용했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장수와 병사 그리고 국민이 한 몸처럼 움직여 주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포항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이나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행정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장수가 병사와 시민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장수 혼자 전쟁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탁상공론이라 한 것은 포항의 지방자치 수장인 포항시장의 일방적..

인생이란 고립무원이 아니던가?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나 남편이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못 살았건 세상 감투 썼건 못 썼건 잘났건 못났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 시대에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 장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 장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가 싫다고 해서 안 가는 곳도 아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

학연, 지연, 혈연사회의 비극

인간사회에는 누구든지-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harm)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의 물질적 또는 도덕적 이익(good)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간섭하는 것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과 대립되는 것에는 쉽사리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천성을 타고났다. 장소를 불문하고 종교적 믿음이 진지하고 강렬한 곳일수록 관용의 폭이 좁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중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페..

글 벗이 있어 좋다.

추억 이명화 친구가 생각날 때 아련히 떠오르는 둥그런 얼굴 하나만 그릴 수 있어도 홀로 가는 그 길 외롭지 않습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이름 석 자만 간직하고 있어도 골몰길 들어서면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합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 언제라도 달려가 시린 손 맞잡고 상한 마음을 다독여줄 벗 하나 있으면 더 이상 우리는 실향만이 아닙니다 햇살 가득한 댓돌 위 잿물 발라 닦아놓은 고무신 한 켤레의 흔적만으로도 이제 우리는 고아가 아닙니다 샛별 같은 눈동자 세월 따라 깊었으니 가버린 날들 서러운 들 어떠랴! 동짓날 기나긴 밤 적막한들 어떠랴! 수필가 이명화 선생님을 알게 된 지도 어느새 강산이 바뀌었다. 이 선생님은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라는 수필집의 저자로 온라인 블로그에서 댓글과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