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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고립무원이 아니던가?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나가면 어린애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나 남편이 있건 없건 돈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잘못 살았건 세상 감투 썼건 못 썼건 잘났건 못났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 시대에 60세가 넘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을 떠났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의 고려 장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이 고려 장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가기가 싫다고 해서 안 가는 곳도 아니다. 늙고 병들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

학연, 지연, 혈연사회의 비극

인간사회에는 누구든지-개인이든 집단이든–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harm)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자신의 물질적 또는 도덕적 이익(good)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간섭하는 것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과 대립되는 것에는 쉽사리 관용을 베풀지 못하는 천성을 타고났다. 장소를 불문하고 종교적 믿음이 진지하고 강렬한 곳일수록 관용의 폭이 좁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중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페..

글 벗이 있어 좋다.

추억 이명화 친구가 생각날 때 아련히 떠오르는 둥그런 얼굴 하나만 그릴 수 있어도 홀로 가는 그 길 외롭지 않습니다 고향이 그리울 때 목 놓아 부를 수 있는 이름 석 자만 간직하고 있어도 골몰길 들어서면 어둡던 마음이 대낮처럼 환합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 언제라도 달려가 시린 손 맞잡고 상한 마음을 다독여줄 벗 하나 있으면 더 이상 우리는 실향만이 아닙니다 햇살 가득한 댓돌 위 잿물 발라 닦아놓은 고무신 한 켤레의 흔적만으로도 이제 우리는 고아가 아닙니다 샛별 같은 눈동자 세월 따라 깊었으니 가버린 날들 서러운 들 어떠랴! 동짓날 기나긴 밤 적막한들 어떠랴! 수필가 이명화 선생님을 알게 된 지도 어느새 강산이 바뀌었다. 이 선생님은 『사랑에도 항체가 있다』라는 수필집의 저자로 온라인 블로그에서 댓글과 답글..